수출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47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 줄었다. 지난해 12월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10개월째 감소세다.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감소세 이후 가장 길다. 특히 6월(-13.8%)ㆍ7월(-11%)ㆍ8월(-13.6%)에 이어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했다. 감소 폭도 올해 들어 3번째로 컸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세계 경기를 이끄는 미국・중국・독일의 경기 침체가 지속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수출도 감소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고(124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였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영향을 줬다고 봤다.
품목별로는 20대 주요 수출 품목 중 10개가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의 수출 ‘효자’ 품목으로 꼽히는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며 전체 수출을 끌어내렸다. 반도체 수출 물량은 23.6% 늘었지만, D램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8% 떨어지는 등 단가하락이 더 큰 영향을 더 미치면서 전체 수출이 31.5% 감소했다. 석유화학(-17.6%)ㆍ석유제품(-18.8%) 등 주력 품목도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재고를 조정하면서 수출이 줄었다. 반면 선박(30.9%)ㆍ2차전지(7.2%)ㆍ바이오헬스(25.2%)ㆍ농수산식품(10.5%) 등은 호조세를 보였다.
국가별로는 미·중 무역 분쟁 심화로 중국(-21.8%)ㆍ미국(-2.2%) 수출이 감소했다. 일본으로의 수출액도 23억2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9% 줄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수출 감소는 여전히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달인 8월 기준으로 우리의 대(對) 일본 수출 감소(-6.6%)보다 일본의 한국 수출 감소 폭(-9.4%)이 더 크게 나타났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장비·금형 등에 대한 한국의 투자가 줄었고, 자동차·주류 등 소비재에 대한 수입도 감소한 영향”이라며 “3위 수출국인 한국에 수출을 제한하면서 자국 기업에 피해가 돌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나라 수입은 387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감소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59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92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97억 달러)과 비교하면 3분의 1 이상 줄었다.
무역수지 흑자는 수출 감소가 수입 감소를 불러오는 한국 산업구조 상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성격이 짙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황형 흑자가 나타나면 투자·고용·소비가 동반 감소해 경제 규모 자체가 쪼그라들고, 결국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된다”며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할 수 있도록 주 52시간ㆍ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을 수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4분기에도 해외마케팅・무역금융 분야에 7892억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1350개의 수출기업을 총력 지원할 계획”이라며 “단기 수출 활력을 제고하고 수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시장·품목·인프라 등 4대 혁신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