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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조국 억울하다""조국 찌질하다"…우상호·원희룡 '386 썰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86이 외교ㆍ안보는 다른 어떤 출신자보다 많이 안다. 대학 때부터 국제정세를 논하면서 정교하게 훈련했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세대 81학번)
“아니다. 외교ㆍ안보는 냉혹한 힘의 질서 속에서 국익을 우선해야 하는데 집권 386은 이런 걸 공부한 적이 없다.”(원희룡 제주지사, 서울대 82학번)

우상호 의원과 원희룡 지사는 모두 3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지만 386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우 의원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시위를 주도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돼 3선(17, 19, 20대)을 하면서 원내대표 등을 역임했다. 대학 시절 야학과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원 지사는 이후 검사 생활을 하다 2000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됐다. 3선(16~18대)을 하면서 당 최고위원 등을 거쳤다.

‘탐사하다 by 중앙일보’는 지난달 22~23일 서울 여의도에서 두 사람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을 가상 ‘썰전’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포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포토]

Q. 강성 운동권 학생이 정치인이 됐다.

우상호=시인이 꿈이었는데 군 복무 중 군부독재의 실상을 보고 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민주화 이후 밖에서 비판자로 남는 것보다 국회에 들어가 정치개혁을 하는 게 더 의미 있겠다 싶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입당했다.
원희룡=대학 때는 정의감으로 뜨거웠다. 사회운동을 하다 생을 마감한다는 결심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면서 충격을 받았다. 방황 끝에 목표를 보수 정당 개혁으로 바꿨다. 그래서 한나라당에 들어갔다.

Q. 목표를 이뤘나.

우=국민의 기대치엔 못 미치지만 돈 정치, 계파 정치, 공천제도를 바꾸는 데는 기여했다고 자평한다.
원=제 의지는 변함이 없지만, 실제 보수정당의 변화는 한참 못 미친다. 한계에 부닥쳤던 부분도 많다.

우상호 “386 신문물 빠르게 적응” vs 원희룡 “이념적으로 화석화”

Q. 386세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우=우리 세대가 지도적인 위치에서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대감인 것 같다.
원=핵심 세력으로 등장한 386이 사회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Q. 386만의 정서가 있다면.
우=명분을 중시한다. 개인보단 집단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난 옳고 도덕적이라는 선민의식도 있다.
원=사회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보는 공적 책임감이 강하다. 또 평등의식, 탈권위주의 의식도 다른 세대보다 강하다.

Q. 80년대식 이념에 고착됐다는 비판이 있다.

우=아니다. 80년대 신봉했던 이념을 포기한 세대다. 신문물의 도입에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약한 게 경제문제로 아주 정통한 전문성은 떨어진다.
원=집권 386은 이념적으로 화석화됐다. 그 진영의 구심력은 여전히 반자본, 친북한이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제주시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포토]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제주시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중앙포토]

Q. 386은 경제적 축복을 받은 세대인가.

우=우리는 월급을 받아본 적 없이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민주화 운동 출신 정치인들이 재산 순위에서 하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원=사실 우리는 취업 걱정, 집 마련 걱정, 자식들 교육 걱정 별로 안 했다. 그런 면에선 복에 겨운 세대다. 다시 그런 세대가 있을까 싶다.

Q. 386세대가 장기 집권하고 있나.

우=그동안 386은 지도자의 참모 역할을 주로 했다. 고생 끝에 20대 국회에서야 의원이 된 386도 많다.
원=(민주화 항쟁을) 정치적 완장 삼아 독식하고 있다. 80년대 우리의 생각이 옳았으니까 지금도 옳고 권력도 다 가지겠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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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헬조선’이란 말에 386세대의 책임은.
우=우리 세대만의 책임은 아니다. 일관되게 내려온 큰 경제구조 문제를 해결 못 했다.
원=당연히 있다. ‘조국 논란’에서도 보듯 구호만 앞세우고 기득권을 가지려 했다.

Q. 앞으로 386 세대의 과제는.
우=남북관계 회복과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것이다. 대학 시절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서 노력했던 사람들의 마지막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원=20대와 60대가 함께 갈 수 있는 경제정의, 복지에 대한 대안을 세워야 한다. 일자리, 임금피크제, 연금 등에 있어서 젊은 세대들을 위한 실질적인 배분이 필요하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중앙포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중앙포토]

다른 현안에 대한 답변도 간극이 컸다.

Q. 한일 관계가 얼어붙었는데.

우=386세대가 일본에 예민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외국에 너무 눈치 보고 살아왔던 역사에 대한 청산 주의적 시각이 있다.
원=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에 우려하는 이들을 ‘친일파’로 몰고 갔다. 이는 구한말보다 더한 선동이라고 생각한다.

Q. ‘386 물갈이설’이 나오는데.

우=정치집단으로서 386은 실패했다. 구질서와 싸우는 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자리를 비켜주면 젊은 정치인이 들어올 수는 있는 거냐.
원=집권 실세 386에 대한 물갈이가 있어야 한다. 보수정당도 예외가 아니다. 두 배, 세 배 더 물갈이해야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 [중앙포토]

원희룡 제주지사 [중앙포토]

Q. ‘조국 논란’(※인터뷰 당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이 거세다.

우=조국이기에 과도하게 비판받는 측면이 있다. 본인은 좀 억울하겠지만 감당하면서 가야 한다. 외고에 자식을 보냈던 장관 후보자가 꽤 있었는데 이렇게 털진 않았다. 안타깝다.
원=부끄러운 줄 알고 내려와야 한다. 권위가 무너졌다. 자기 스스로 말과 행동이 전부 거꾸로다. 부분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둥 갈수록 구차하고 치사한 모습으로까지 가는 것 같다.

탐사보도팀=김태윤·최현주·현일훈·손국희·정진우·문현경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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