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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패피 잡아라…온라인 전용 브랜드 내놓는 패션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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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옷, 백화점서 보고 온라인서 사는 2030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선보인 온라인 전용 패션 브랜드 '구호플러스.' [사진 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선보인 온라인 전용 패션 브랜드 '구호플러스.' [사진 삼성물산]

국내 주요 대기업 패션 브랜드가 일제히 온라인 소비망을 강화하고 있다. 20·30대 소비의 주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하위 브랜드 구호플러스(kuho plus)를 지난 5일 론칭했다. 구호와 달리, 구호플러스는 통합 온라인몰(SSF샵)을 중심으로 온라인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다.

구호플러스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 전문몰에서 판매한다. [삼성물산 홈페이지 캡쳐]

구호플러스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 전문몰에서 판매한다. [삼성물산 홈페이지 캡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해까지 온라인 전용 브랜드가 단1개(빈폴키즈)였다. 하지만 올해 구호플러스를 비롯해 오이아우어(oiauer)·엠비오(mvio) 등 벌써 3개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선보였다. 성인용 패션만 놓고 보면 삼성물산이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선보인 건 올해가 처음이다.

다른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은 패션잡화 브랜드(덱케·decke)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한섬이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1987년 창립 이래 32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물산·현대百·신세계 뛰어들어

올리비아로렌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올리비아비 화보컷. [사진 세정]

올리비아로렌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 올리비아비 화보컷. [사진 세정]

다른 상품과 달리 대기업 패션 제품은 온라인에서 소비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가격도 비싸지만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입어보거나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40대 이상 소비자와 달리 20대·30대 소비자는 고가의 의류도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젊은 소비자에게 패션을 뽐내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엇갈린 개인 신용카드 소비유형별 소비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엇갈린 개인 신용카드 소비유형별 소비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개인 신용카드 사용액에 따르면,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사용금액(3464억원)이 종합소매(대형마트·백화점 등 오프라인 소비) 사용금액(2203억원)을 사상 최초로 추월했다. 주로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패션 브랜드가 다급해진 배경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분위기는 다른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인수한 패션 회사 신세계톰보이는 스토리어스(story us)와 엔엔디(N.N.D·NINE ty NINE DEGREE)을, 세정은 올리비아비(Olivia.B)와 웰메이드컴(wellmade com) 등 각각 2종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선보였다. 또 LF(구 LG패션)도 온라인 전문 브랜드가 다수다. 모그·질바이질스튜어트·일꼬르소 등이다. 최근엔 2030을 겨냥해 헤지스액세서리의 하위브랜드(HSD)까지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기 시작했다.

수익성·파격 디자인 유리

온라인 전용 브랜드 웰메이드컴은 9월 온라인 의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했다. [무신사 캡쳐]

온라인 전용 브랜드 웰메이드컴은 9월 온라인 의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했다. [무신사 캡쳐]

온라인 전용 브랜드는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판매수수료·관리비 같은 고정비 부담이 적어서다.

또 기존 브랜드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파격적인 디자인 도입이 가능하다. 2030 세대는 대기업 브랜드라는 사실에 가치를 두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희소한 브랜드를 선호한다.기존 브랜드가 파격적 디자인을 도입하면 브랜드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지만 하위브랜드를 선보이면 이런 우려가 줄어든다. 구호가 구호플러스, 올리비아로렌이 올리비아비, 그리고 웰메이드가 웰메이드컴이라는 온라인 전용 하위브랜드를 선보인 이유다. 세정은 “올리비아로렌·웰메이드처럼 기존 충성 고객층이 탄탄한 브랜드는 충성고객층을 강화하고, 30대 이하 신규 고객층 유입을 기대하며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고객은 백화점보다 무신사”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은 원래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던 자사의 의류브랜드 헤드(head)를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했다. [헤드 홈페이지 캡쳐]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은 원래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던 자사의 의류브랜드 헤드(head)를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했다. [헤드 홈페이지 캡쳐]

전문몰이 아니라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의류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은 원래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던 자사의 의류브랜드 헤드(head)·스파소(spasso)를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했다. 코오롱FnC는 “헤드의 타깃 고객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접근하려면 백화점보다 무신사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굳이 백화점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전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하위브랜드는 2003 세대가 주로 찾는 상품·공간과 연계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예컨대 구호플러스는 도산공원의 한 카페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질바이질스튜어트는 롯데제과의 과자(마가렛트·빠다코코낫·죠스바)와 협업한 적도 있다.

윤정희 삼성물산 패션부문 여성복사업부장(상무)은 “패션업계는 젊은 소비자에게 선택 받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며 “주요 패션 브랜드가 20·30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제시하는 하위브랜드를 운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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