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흑인노동자 몰려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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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탈리아는 최근 돈벌이를 위해 아프리카에서 대량으로 몰려오고 있는 흑인노동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길모퉁이에서 일용잡화를 주로 팔고있는 흑인들은 주민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주민들은 흑인들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공장 노동자들도 흑인들의 해고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탈리아당국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흑인들의 노상판매를 규제하자 흑인들은 이에 맞서 「억압이 아닌 권리」를 주장하며 데모까지 벌이고 있다.
아드리아해에 접한 이탈리아 중부휴양지인 리미니시에서는 최근 세네갈인을 중심으로 한 약5백명이 중심 가를 누비며 시민과 바캉스 객들을 향해『생존의 권리를 빼앗지 말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탈리아에는 약2만명의 외국노동자가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관광비자로 입국한 불법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아프리카에서 돈벌이를 위해 유입되는 흑인들이 급증하고있는 실정이다.
특히 바캉스시즌에는 평소 로마등 대도시에서 물건을 팔던 흑인들이 휴양지로 몰려들어 리미니시와 주변도시에는 올해 이들 숫자가 약2천명에 달했다. 휴양지상점의 주민들의 불만과 항의가 거세어지자 경찰은 올 여름 약 3백명의 노점상들로부터 팔고있는 물건을 몰수하기도 했다.
흑인들은『외국인노동자의 노동권리를 보장하라』며 데모를 벌였고 이들의 데모에 공산당소속의 청년조직·노조·기독교단체들까지 가세했다.
사회당의 콘치시장은 대표자들과의 회담에서『위원회를 설치해서 이 문제를 검토해보겠다』며 단속중지 명령을 거부했다..
흑인노동자들을 둘러싼 분쟁은 휴양도시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북부공업지대인 밀라노에서는 올 여름 섬유공장의 이탈리아노동자들의 요구로 4명의 흑인이 해고됐다.
북부 폰테누레마을에서도 토마토수확작업에 종사하는 흑인들이 술을 마시고 싸움을 벌여 말썽을 일으키자 마을대표자가 흑인노동자들에게 알콜판매를 금지했다. 밀라노·피렌체의 두 도시 시장은 특정의 장소에서만 흑인들의 노상판매를 허가하자는 제의를 했으나「이탈리아 판 인종격리」라는 일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이민과 흑인노동자들의 급증 등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6월 유럽의회선거에서 공산당소속의 여성경관이 당선됐는데 그녀는 흑인노동자의 지위향상과 인종차별문제를 이슈로 내걸어 의회최초의 흑인의원이 됐다.
이밖에 북부의 롬바르디아주에서도 처음으로 2명의 흑인이 당선됐다.
이 같은 흑인들의 지방의회진출로 흑인노동자 현지옹호의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이탈리아 내 흑·백 갈등을 둘러싼 입씨름은 더욱 가열화 할 것으로 보인다.<조이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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