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29호 홈런을 친 이승엽이 2루를 돌고 있다. [중앙포토]
◆ 하체는 하마, 마음은 호수.
일본 최고의 인기구단, '국민구단 요미우리'의 외국인 4번 타자라는 견제와 부담을 그는 하마 같은 하체와 호수 같은 마음으로 이겨냈다. 엄청난 훈련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하체는 타석에서 흔들리던 타이밍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자물쇠였다. 투수에 따라, 예측한 구질에 따라 왔다갔다했던 템포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자기스윙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포수는 이승엽의 자세를 흔들고,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었지만 올해 주도권은 오히려 이승엽에게 있다. 잔잔한 호수 같은 평정심도 전반기 성공의 비결이었다. 2년 동안의 경험이 안정을 유지시켜줬고, 매일 경기에 나가 왼손투수가 올라와도 대타로 바뀌지 않고 타석을 지켰다. 손바닥이 아파 딱 한 경기를 빠졌을 뿐 이승엽의 이름은 늘 4번 타자 자리에 고정됐다. 하라 감독의 믿음,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한 이승엽의 보답이 상승효과를 만들어냈다.
◆ 타율 0.334, 50홈런, 107타점
이 기록은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직전인 2002년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서 기록한 것이다. 이승엽의 전반기 성적은 타율 0.323(3위), 홈런 29개(1위), 타점 64개(4위), 안타 109개(2위). 2002년 마쓰이의 기록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숫자다. 이승엽을 가장 잘 아는 김성근 지바 롯데 코치는 "그때 마쓰이가 안정된 수준에 도달한 타자였다면 이승엽은 이제 시작이다. 마쓰이는 완성된 타자였고, 이승엽은 완성단계에 막 접어든 타자다. 자신의 폼을 유지하면서 때려내는 홈런에서는 아직 이승엽이 마쓰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바깥쪽 공을 홈런으로 만드는 능력에서는 이승엽이 마쓰이보다 낫다"며 "후반기에 고쿠보.다카하시.아베.니오카.아리아스가 모두 제 컨디션으로 이승엽을 감싸준다면 2002년 마쓰이의 기록과 비슷한 숫자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19일 한신 타이거스에 0-1로 졌고, 이승엽은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