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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4번' 이승엽, 올 시즌 반환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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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5일 야쿠르트 스왈로스와의 홈경기에서 시즌 29호 홈런을 친 이승엽이 2루를 돌고 있다. [중앙포토]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 변신은 무죄였고 도전은 성공으로 가는 키워드였다. 이승엽은 2년간 정들었던 지바 롯데 36번 유니폼을 버리고 올 시즌 '교진(巨人)'의 33번을 택했다. 도전이었다. 2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그의 등번호는 25번. 태극마크가 선명한 푸른색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4강 신화를 이끌었다. WBC를 마치고 요미우리 캠프에 합류한 그는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타자로 변신해 있었다. 센트럴리그 데뷔전(3월 31일 요코하마전)부터 홈런포가 터져나왔고 19일 한신 타이거스전까지 29개의 홈런을 숨가쁘게 쌓아올렸다. 그렇게 전반기 홈런 1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심호흡을 한번 할 때다.

◆ 하체는 하마, 마음은 호수.

일본 최고의 인기구단, '국민구단 요미우리'의 외국인 4번 타자라는 견제와 부담을 그는 하마 같은 하체와 호수 같은 마음으로 이겨냈다. 엄청난 훈련으로 만들어진 단단한 하체는 타석에서 흔들리던 타이밍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자물쇠였다. 투수에 따라, 예측한 구질에 따라 왔다갔다했던 템포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자기스윙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포수는 이승엽의 자세를 흔들고,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었지만 올해 주도권은 오히려 이승엽에게 있다. 잔잔한 호수 같은 평정심도 전반기 성공의 비결이었다. 2년 동안의 경험이 안정을 유지시켜줬고, 매일 경기에 나가 왼손투수가 올라와도 대타로 바뀌지 않고 타석을 지켰다. 손바닥이 아파 딱 한 경기를 빠졌을 뿐 이승엽의 이름은 늘 4번 타자 자리에 고정됐다. 하라 감독의 믿음, 그리고 그 믿음에 대한 이승엽의 보답이 상승효과를 만들어냈다.

◆ 타율 0.334, 50홈런, 107타점

이 기록은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직전인 2002년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서 기록한 것이다. 이승엽의 전반기 성적은 타율 0.323(3위), 홈런 29개(1위), 타점 64개(4위), 안타 109개(2위). 2002년 마쓰이의 기록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숫자다. 이승엽을 가장 잘 아는 김성근 지바 롯데 코치는 "그때 마쓰이가 안정된 수준에 도달한 타자였다면 이승엽은 이제 시작이다. 마쓰이는 완성된 타자였고, 이승엽은 완성단계에 막 접어든 타자다. 자신의 폼을 유지하면서 때려내는 홈런에서는 아직 이승엽이 마쓰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바깥쪽 공을 홈런으로 만드는 능력에서는 이승엽이 마쓰이보다 낫다"며 "후반기에 고쿠보.다카하시.아베.니오카.아리아스가 모두 제 컨디션으로 이승엽을 감싸준다면 2002년 마쓰이의 기록과 비슷한 숫자가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19일 한신 타이거스에 0-1로 졌고, 이승엽은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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