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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수입해 동물체험카페 차린 A씨, 집행유예 1년 확정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야생동물카페에서 아이들이 동물을 쓰다듬고 있다. [어웨어, 휴메인벳 제공]

지난 8월, 야생동물카페에서 아이들이 동물을 쓰다듬고 있다. [어웨어, 휴메인벳 제공]

“관람, 체험, 동물 먹이가 모두 포함된 가격. 성인 9000원. 어린이 8000원.”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모 동물체험 카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토끼, 패럿, 다람쥐 등 작은 동물들이 좁은 철창에 갇혀있다. 손님들은 대부분 아이와 동반한 가족들로, 아이들에게 동물을 ‘체험’하게 해주겠다는 목적으로 동물체험 카페를 찾았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동물체험 카페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사육하려면 먼저 사육시설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동물체험 카페를 열고 멸종위기종 등을 사육하고 진열한 A씨(61)에게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의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만져보고 즐기는 동물체험 카페...멸종위기동물까지 진열

이 동물카페에서 단연 인기가 많았던 동물은 우파루파, 멕시코 도룡뇽이다. 우파루파는 만화 ‘포켓몬스터’에서 ‘우파’라는 포켓몬의 실제 모습이다. 귀여운 외모 탓에 애완동물로 주목을 받게 된 우파루파는 무분별한 포획이 이루어지며 국제적 멸종위기등급에 처했다.

A씨의 동물체험 카페에서는 이런 우파루파를 사육했다. 우파루파 외에도 설가타 육지거북이나 보아뱀 등 총 19마리의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좁은 시설에서 사육하며 진열했다. 멸종위기동물 외에도 타조와 패럿, 프레리독 등을 조그만 철장이나 시설에 가둬두고 손님들이 원하면 만져보거나 먹이를 줄 수 있도록 했다.

구 야생생물법 제16조에 따르면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사육하려는 사람은 적정한 사육시설을 갖추어 환경부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같은 법 69조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소유 또는 진열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사육시설 미등록은 유죄, 점유·진열은 무죄

1심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대한 사육시설을 등록하지 않고 진열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한편 2심은 1심이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A씨가 멸종위기종에 대한 사육시설을 등록하지 않은 것은 유죄지만 동물들을 점유·진열한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수입’하는 데는 허가가 필요하지만 ‘점유․진열’하는 데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한 아생동물 카페에 라쿤들이 철창 안에 갇혀있다. [어웨어, 휴메인벳 제공]

지난 8월 한 아생동물 카페에 라쿤들이 철창 안에 갇혀있다. [어웨어, 휴메인벳 제공]

2심 재판부는 A씨의 “수입 당시 허가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동물들을 양도받을 때 동물들이 수입됐다거나 허가가 없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가 없이 수입된 동물들로부터 증식됐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동물들이 허가 없이 국내로 수입되었거나 허가 없이 수입된 동물들로부터 증식되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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