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日기업 돈 못내","약속깨면 2차대전 혼란"쏟아낸 일한의원연맹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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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의원연맹의 일본측 카운터파트인 일·한의원연맹의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75) 회장이 22일 TV에 출연, 징용문제와 관련해 "(어떤 형태든)일본 기업이 부담을 지는 건 해결이 아니다","국가가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 제2차 세계대전 전 처럼 혼란이 벌어진다" 고 말했다.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 아사히TV 출연 #일한연맹 회장으로 이례적 강경발언 #"日기업 돈 내면 징용 진짜 해결 아냐" #"DJ,노무현 지켰는데 왜 文정권만"주장 #"자국이익만 추구하면 2차대전 전 혼란" #11월초 한일,일한 도쿄총회에 영향줄 듯

지난해 12월 14일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를 위해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비롯한 대표단 일행이 청와대를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14일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를 위해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비롯한 대표단 일행이 청와대를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일 의원연맹과 함께 양국간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일·한의원연맹 회장의 언급으론 이례적으로 강한 톤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누카가 회장은 22일 저녁 방송된 BS아사히의 시사 프로그램 '일요스쿠프'에 출연했다. 악화된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갈등의 핵심인 징용문제와 관련한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누카가 회장은 시종 “징용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최종적으로 해결됐다. 따라서 한국 국내에서 처리해야 하며, 일본 기업에 부담이 생기는 방안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를 비롯해 출연한 패널들이 오히려 “한국정부와 한국기업을 중심으로 해결하되, 일본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에 참여하는 방안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누카가 회장은 "징용문제는 양국간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이 얽혀있는 (기본적인)틀의 문제다. 일본 기업이 부담을 한다든지 하는 형태가 되면 진정한 해결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기업이 배상금을 내는 형태가 되면, 이건 직접 관여하는 것이 된다. 좀 더 깔끔한 형태로 일·한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비롯한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을 비롯한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누카가 회장의 완고한 태도에 사회자가 "압류된 일본 기업의 한국내 자산이 곧 매각될 수도 있다. 어느 선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고 언급했지만, 그는 어떤식으로든 일본 기업이 돈을 내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이날 한국의 역대 정부와 비교하며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도, 또 형님격인 노무현 대통령도 (청구권)협정을 인정해 (징용문제를)한국 국내에서 처리했다"며 "역대 정권이 모두 인정하고 있는 데 왜 지금 정권만이 다른 노선을 걷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고 했다.

 또 "국가가 조약을 맺거나 약속을 했을 때는 행정부와 입법부는 물론, 사법까지 포함해서 ‘국가’전체로서 대응해야 한다","일본 헌법에도 '조약은 준수해야 한다'고 써 있다"고 했고, "(조약을 지키지 않으면)국제적 질서와 평화라는 것이…지금처럼 자국 제일주의, 선거제일주의로 멋대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 제2차 세계대전 전 처럼 혼란이 벌어진다. 이런 일을 반복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폈다.

누카가 의원은 산케이신문 기자 출신의 12선 의원으로 2013년 1월부터 일·한의원연맹의 회장을 맡아왔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전 관방장관)일·한의원연맹 간사장과 함께 일본내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자주 한국을 찾아 강창일 한·일의원연맹회장, 이낙연 총리 등과 접촉해왔다.

누카가의 이번 발언은 이달 초 한국 방문 뒤 "일본 기업을 강제로 (기금에)넣는 건 받아들일 수 없지만, 자주적 참여는 어떻게 할지 양국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가와무라 간사장의 발언과도 거리가 멀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 [가와무라 의원 트위터 캡처]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 [가와무라 의원 트위터 캡처]

누카가의 강경 발언에 대해선 "일본 국민들 사이의 반한 감정, 총리관저의 강경 분위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11월초 한·일,일·한의원연맹의 합동 총회가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누카가 회장의 태도로 볼 때 그 어떤 논의의 진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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