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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선택 시도자 절반은 음주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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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저소득층의 극단적 선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람의 절반은 시도 당시 음주 상태였으며, 상당수는 ‘죽고 싶진 않다’는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생명 그 소중함을 위하여 (29) #절반은 “꼭 죽고 싶지는 않았다” #저소득층 극단선택 위험 더 높아

보건복지부·중앙심리부검센터는 지난해 실시한 자살실태조사와 자살자 심리부검, 서울시 자살사망 분석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자살실태조사는 2013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전국 19~75세 성인 1500명을 대면 조사했다. 또한 정부는 전국 38개 응급실에 실려온 자살시도자 1550명, 자살 유족 121명(자살자 103명) 등도 분석했다.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응급실로 실려 온 자살 시도자 36.5%는 재시도자였다. 특히 절반 이상(52.6%)은 음주 상태에서 시도했다. 이는 2013년 조사(44%)보다 높아진 수치다. 자살 시도자라고 무조건 죽고 싶어하는 건 아니었다. 47.7%는 자살을 시도할 때 죽고 싶었다고 했지만 13.3%는 ‘죽고 싶지 않았다’, 39%는 ‘죽거나 살거나 상관없었다’고 답했다.

자살자에 대한 심리부검을 해보니 1인당 3.9개의 사건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84.5%로 최다였고 직업, 경제, 가족 문제 등이 뒤를 이었다. 심리부검은 유가족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 변화를 확인하고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이다.

자살 사망자 92.3%는 시도 전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나 자살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내는 ‘경고 신호’를 보였지만 77%는 주변에서 알아채지 못했다. 사망자들은 사망 3개월 이내에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자기 비하적인 말을 하거나, 감정이 급변하는 등의 변화를 보였다. 특히 주변을 정리하는 자살 경고 신호는 사망 1주일 이내에 나타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소득 수준이 자살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2013~2017년 서울에서 발생한 자살 사망자를 분석했더니 저소득층이 극단적 선택에 나서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들 사망자를 소득 계층에 따라 의료급여-건강보험료 하위(1~6분위)-중위(7~13분위)-상위(14~20분위) 4개 그룹으로 나눴더니 가장 열악한 하위 2개 그룹의 자살 위험이 높았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8.2명, 보험료(소득) 하위 그룹은 24.4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사망 직전 해에 자신이 속한 소득 계층이 이전보다 아래로 떨어졌을 때 자살률이 높아졌다.

장영진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자살 시도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자살 위험이 높게 나온 저소득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방문 서비스를 활용한 자살 위험 선별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향후 직업·지역·상황별로 다양한 심리부검을 해서 맞춤형 자살 예방 정책을 수립하고 유족을 돕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중앙일보·안실련·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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