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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홍영 참배한 조국…검찰개혁 외쳤지만 조카 의혹엔 언급 회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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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에 안장된 고 김홍영 전 검사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에 안장된 고 김홍영 전 검사 묘소에 참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추석 다음 날인 14일 부산추모공원을 찾아 고(故) 김홍영 전 검사의 묘소에 참배했다. 김 전 검사는 2016년 5월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중 업무 스트레스와 검사 직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상사 폭언에 극단 선택한 김 전 검사 묘 찾아 #"조직 문화 및 승진 문화 개선은 고인의 요청" #검찰 개혁 강조했지만 일가 의혹엔 말 아껴 #김 전 검사 부모 "답답함 풀리고 위로 됐다"

조 장관은 이날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법무행정의 총 책임자로서 고 김홍영 검사와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고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왔다”며 “이 건과 관련해 문무일 전임 총장께서도 수차례 사과를 하시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올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상사의 인격모독과 갑질, 폭언 등을 견디다 못해 죽음에 이르렀다”며 “부하 교육 차원이라고 볼 수 없는 비위 행위로 비극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감찰 결과 가해 상사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렇지만 향후에 검찰의 조직문화, 즉 검사 교육 및 승진 제도가 제대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런 문화와 제도가 바뀌고 이런 비극이 재현되지 않아야 고 김홍영 검사의 죽음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부모님께 깊은 위로의 인사를 올리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조 장관은 고인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제 제자이기도 하고 대학 후배이기도 해서 알고는 있었는데 직접 묘역을 찾아 참배를 드린 건 오늘이 처음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조 장관 일가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은 ‘구체적으로 조직문화는 어떤 식으로 개혁해 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과거보다는 검찰의 조직 문화가 많이 민주화돼 있다고 알고는 있다”며 “하지만 김홍영 검사 건을 보시다시피 징계 내용을 보시면 검찰 바깥의 조직 학교나 회사 등과 달리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방식으로 많이 이뤄졌다. 그런 부분이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고 더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문화뿐 아니라 승진문화도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인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신임 검사 교육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징계를 받은 상사가 왜 승진을 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검사의 선발이건 교육이건 승진이건 이런 모든 것을 재검토하는 것이 고인의 요청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 검찰 제도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는데 거기서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은 김 검사의 희생을 기초로 해서 전반적인 검찰 내부의 문화와 제도를 바꾸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고통스럽고 안타깝게 지켜봤는데 제가 장관이 된 만큼 연휴 끝나고 돌아가서 전체를 한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은) 평검사들의 의견, 검찰에서 다수를 차지 하는 평검사들의 목소리가 교육과 승진에 제대로 반영이 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그런 것을 제대로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고 김홍영 전 검사 묘소에 참배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송봉근 기자

고 김홍영 전 검사 묘소에 참배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송봉근 기자

조 장관은 ‘아내와 5촌 조카에 대해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증권사 직원이 아내분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때 조 장관을 마주쳤다는 진술이 나왔다, 증권사 직원에게 고맙다고 하셨다는데...’ 등 추가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는 “오늘은 오로지 추모의 시간이니까요.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한 뒤 더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검사의 아버지는 조 장관 참배 뒤 언론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장관님께서 평소에 제가 생각하고 있던 (검찰 조직문화 개편 등의) 부분을 제 속을 알고 있는 것처럼 다 말씀해 주셨다”며 “저로서는 그동안 답답한 부분이 있었는데 오늘 만나 뵙고 많이 풀렸고 위로도 됐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참배 뒤 모처에서 김 검사의 부모님과 만나 별도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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