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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서 너무 행복 MLB 진출 망설일지도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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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메이저리그와 요미우리를 동등하게 비교하겠다.“
요미우리 이승엽(30.사진)이 끔찍한 요미우리 사랑을 드러냈다. 자신의 오랜 꿈인 메이저리그 진출도 요미우리 때문에 망설일 가능성도 있다. 이승엽은 18일 고시엔구장서 예정됐던 한신과의 원정경기가 비로 연기되자 구장 한 켠에서 전반기를 결산하는 인터뷰를 했다.

이승엽과 인터뷰하는 동안 팀 동료들이 하나 둘씩 지나갔다. 매일 보는 얼굴이지만 계속 말을 걸고 장난을 쳤다. 팀의 중심에 선, 그러면서도 그들과 잘 섞인 이승엽의 현재 모습이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다. 피곤할 텐데.

"한국에서보다 체력 소모가 더 크다. 이동거리도 길고, 경기도 많다. 후덥지근한 날이 잦아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야구가 잘 되고 팀과도 잘 맞으니 열심히 해야지…."

-그럼에도 성적이 워낙 좋다. 자신이 생각하는 비결은.

"매일 경기에 나가기 때문에 투수의 공을 따라잡을 수 있고 실전 감각을 잃지 않는다. (지바 롯데서처럼) 오늘은 못 나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하라 감독님이 믿어 주고 구단에서도 잘해 주니 힘이 난다."

-이승엽 덕분에 하라 감독이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정말이냐? 사실, 이건 시즌이 끝나고 말하려 했는데…. 하라 감독님은 내가 직.간접적으로 겪어본 사령탑 중 최고다. 야구적으로도 그렇지만 인간적으로도 훌륭하다. 연패에 빠져도 오히려 선수들을 독려한다. 대단한 인내심이다. 나를 믿어 줘서가 아니라 감독으로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얘기다."

-감독이 믿어 준다 해도 이렇게 성적이 좋아질 수 있는가.

"매일 뛰니까 좋은 타율(19일 현재 0.326)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도 빠지지 않고 오히려 더 높은 타율(0.344)을 기록 중이다. 그러면 타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일본 생활을 3년째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느꼈다."

-성적이 좋은 것은 공략할 수 있는 존이 넓어졌다는 의미인가.

"아니다. 반대로 좁아졌다. 한국 투수들은 내게 거의 바깥쪽으로 승부했고 몸쪽 공을 가끔 던졌다. 바깥쪽은 밀어치면 됐고, 몸쪽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도 빗맞은 안타를 때릴 수 있었다. 일본 투수들은 컨트롤이 워낙 좋고 공의 무브먼트가 현란하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이 아니면 때려 봤자 파울이다. 선구에 신경 쓰고 있다."

-이승엽의 성공으로 일본 진출을 꿈꾸는 한국선수들이 많다.

"마음이 있으면 꼭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는 나도 거대한 벽에 부딪혔지만 오히려 많은 공부가 됐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미우리 생활은 어떤가.

"한국인이라고 멀리하는 법도 없고 내부 규율이 숨막힐 만큼 엄격하지도 않다. 특히 선수 상조회장인 다카하시는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내게 모두 말해 달라'며 먼저 다가왔다. 원정 때는 동료들과 돌아가면서 식사 약속을 잡느라 바쁘다."

-시즌 뒤 진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가 꿈이지만 요미우리에서 너무 행복하다. 2005시즌 뒤 나를 불러준 팀은 전 소속구단인 지바 롯데를 제외하고 요미우리밖에 없었다.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는 순간부터 후회한 적이 없다."

-아들 은혁이가 태어난 후로 야구가 잘 되는 것 같다.

"원정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면 말도 잘 못하면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안긴다. 너무나 예쁘다."

오사카=김식 jes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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