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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가위 연휴, 대통령은 부디 민심을 경청하기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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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낸 메시지는 ‘공평한 나라’였다. 문 대통령은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활력 있는 경제가 서로를 넉넉하게 하고 공정한 사회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며 평화로운 한반도가 서로의 손을 잡게 할 것”이라며 “보름달이 세상을 골고루 비추듯 국민 모두에게 공평한 나라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에도 깜짝 등장해 “명절이 더 힘들고 서러운 이웃분들에게 마음을 조금씩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온라인을 달궜다. 댓글엔 “유체이탈 화법” “합리적인 분인 줄 알았는데 실망스럽다” “조국 앉혀놓고 무슨 공평 타령”과 같은 부정적 반응이 다수였다. 불법과 반칙을 일삼고 특권을 누려 온 게 드러났는데도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성난 민심이 문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형국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인식과 발언은 여러 번 논란이 됐었다.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대응책을 묻자 북한과 힘 합치는 ‘평화경제’를 들고 나오고, 조 장관 딸의 부정한 스펙 쌓기가 논란이 되자 뜬금없이 대입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지난 9일의 장관 임명식에선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조국 반대’ 여론을 엉뚱하게 청문회 제도 탓으로 돌려버렸다. 그러니 현장의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같은 진영 사람들과 참모들에게만 둘러싸여 있으면 국민과의 간극과 괴리는 피할 수 없다. 공정·평등·정의를 정치 자산으로 집권한 문 대통령이지만 이 신뢰자산은 이제 바닥났다. 더 이상 국민 분노를 방치한다면 더 큰 위기를 맞게 될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부디 이번 추석 연휴를 국민에게 다가가는 ‘경청의 시간’으로 삼길 기대한다. 보여주기 식의 오·만찬 초청 행사나 형식적인 시장·공장 방문같은 걸 하라는 게 아니다. 직접 삶의 현장을 찾아 진솔한 얘기에 귀 기울여 보라는 말이다. 불과 2년 전 취임식 때 문 대통령은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반대 진영이나 야당 인사들과도 만나 국정에 대해 의견을 구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애민(愛民)의 초심으로 국민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조국이 불지른 국민들의 거센 분노는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