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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환율발언에 무역도 춤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환율 변동에 대한 단 한자락의「암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게 증폭되어 나타난다.
최근 뜨겁게 달아올랐던 정부 부처간의 환율논쟁은 지난1일 이규성재무부장관의「인위적 원화환율절하 부가」판정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장관의 공개적인 환율발언이 수출입 지표를 교란시킨 「흔적」이 남아 앞으로도 환율논의는 신중하게 다루어져야만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8월 셋째주 이후 월말까지 하루하루의 수출입 통관실적을 들여다보면 원화환율 절하의 기대에 따라 수출이 지연되고 수입이 촉진된 현상이 드러난다.
월말에 수출이 집중된다는 상례를 깨고 21, 22, 23, 26일의 수출실적은 8월의 하루평균 수출실적 2억3백만달러와 비교해 같은 수준이거나 훨씬 낮았다.
반면 22, 23, 25, 28, 29일의 수입실적은 8월의 하루평균 수입실적 2억2천만달러를 훨씬 넘어 튀어올랐다. 그리고「연말 대미달러환율 6백90원선」이 일부 부처에서 공개적으로 표방되었던 것이 바로 8월 셋째주를 전후해서였다.
물론 그같이 상궤를 벗어난 수출입실적이 모두 환율요인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달 말 정부부처내에서도 그 같은 통계를 근거로 상대부처에 대해 환율발언에 신중해 줄 것을 요청한 일까지 있었다.
또 지난해 원화의 급격한 절상이 누구의 눈에나 가시화 될 때는 수출이 더욱 앞당겨지고 수입이 미뤄져 경상수지흑자가 오히려 더 불려지는 현상이 있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환율이란 절하할때 절하하더라도 미리 예고하고 절하하는 법이 아니다.
당장 8월의 통관기준수출입차가 적자로 나타난 것이 부분적으로나마 환율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면, 그를 근거로 정확한 정책판단을 내리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그래서 환율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든 재무부장관의 환율에 대한 발언은 항상「국제통화시세 변동과 국내의 금리차등을 고려한 실세반영」인 것이다.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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