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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표창장 유출 논란···여권·검찰 중 1곳은 거짓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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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외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외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게 바로 문제예요. 검찰에 압수수색된 표창장은 저한테도 들어와 있단 말이에요."

6일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장.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조 후보자의 딸(28)이 받은 동양대 총장 표창장 원본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남긴 말이다. 박 의원이 원본 사진의 유출 경위를 묻자 조 후보자는 "아마 (검찰이) 압수수색을 해서 나온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고 답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 문제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동양대 표창장 사진 외에도 여러 의혹 제기 보도에 대해 여권은 정보 출처의 원천을 검찰로 지목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세간에 제기된 의혹은 검찰에서 유출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여권과 검찰 가운데 적어도 한 곳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① 동양대 표창장 사진, 누가 유출했나?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조국 인사청문회' 때 제시한 표창장 사진에 대해 "조국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조 후보자 딸 표창장을 입수했다"며 "후보자나 따님 또는 검찰에서 입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의원이 공개한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학교 표창 사진. [뉴스1]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조국 인사청문회' 때 제시한 표창장 사진에 대해 "조국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조 후보자 딸 표창장을 입수했다"며 "후보자나 따님 또는 검찰에서 입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의원이 공개한 조국 후보자 딸 동양대학교 표창 사진. [뉴스1]

가장 큰 쟁점은 조 후보자 딸이 받은 동양대 표창장 원본 사진 유출 논란이다. 중앙일보 보도로 촉발된 표창장 조작 논란과 관련해 조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는 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표창장 원본이 공개될 경우 기존 동양대 표창장과 양식 및 일련번호 등을 대조해 볼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사건의 진위를 규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증거로 꼽힌다.

표창장 원본 사진을 최초로 언론에 공개한 사람은 박지원 의원이다. 박 의원이 청문회장에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표창장 원본 사진을 보여주자 조 후보자는 "(원본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표창장) 원본 또는 사본은 검찰에서 압수수색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밖으로 유출한 적 있느냐'는 질문엔 "저는 없다"라고 말했다. 표창장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해당 사진을 유출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검찰 설명은 다르다. 박 의원이 공개한 표창장 사진은 '컬러'다. 반면 검찰이 부산대 의전원 등을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표창장 사진은 '흑백'이라고 한다. 입시 과정엔 표창장 사본을 제출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표창장 원본은 딸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청문회 준비단은 딸이 원본을 찍은 사진을 보내와 표창장을 확인했다고 했다. 검찰은 조 후보자나 딸을 압수수색한 적이 없기 때문에 후보자 측이 가진 '컬러' 표창장은 검찰에 없다.

이와 관련, 해당 표창장을 최초 공개한 박 의원은 8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표창장은) 조 후보자나 딸, 또는 검찰에서 입수하지 않았다"며 "입수 경위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② 조국 딸 생활기록부 유출, '범인'은 검찰?

피의사실 유출 논란 입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피의사실 유출 논란 입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여권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 내용을 일부 공개한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자료를 유출한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4일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있는 조국 후보자 자녀의 개인정보가 주광덕 의원에 의해 공개된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 차관 답변에 따르면 조 후보자 딸의 자료를 열람한 사람, 확인한 사람은 2건이다. 하나는 조 후보자 딸 본인이고 또 하나는 검찰"이라며 "상식적으로 봤을 때 조 후보자 본인이 언론에 주지 않는 한 이건 검찰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본인 동의 없이 생기부를 공개하는 건 현행법 위반이다. 조 후보자의 딸은 생기부 유출 경위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조 후보자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 수사팀은 "생기부를 발급한 곳은 2곳뿐이라지만, 열람은 더 많은 사람에게 권한이 있다"며 "이번 유출은 검찰과 전혀 무관한 일"이란 입장이다.

생기부 유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자체 조사를 벌인 서울시교육청은 조 후보자 딸과 검찰 외에 한영외고 관계자가 접근한 '1회 로그 기록'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관계자에게 생기부 유출 여부를 조사 중이다.

③ 압수수색 당일 나온 '노환중 문건'은 어떻게?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사무실. 이날 수사관들은 부산의료원 행정실과 원장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다닌 양산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조국 가족이 운영해 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부산대 입학본부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송봉근 기자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사무실. 이날 수사관들은 부산의료원 행정실과 원장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다닌 양산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조국 가족이 운영해 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부산대 입학본부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송봉근 기자

검찰의 첫 압수수색 당일 보도된 '노환중 문건'도 쟁점이다. 검찰이 조 후보자 관련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난달 27일, 한 언론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작성한 문서에 '문재인 대통령 주치의로 강모 교수가 임명되는 데 (자신이) 깊은 일역을 담당했다'는 내용이 적혔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서를 '검찰이 압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 다음 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났다"며 검찰을 겨냥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을 흘린 것은 범죄이며,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면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은 언론사의 자체 취재였던 사실이 확인됐다. 압수수색이 끝난 뒤 원장실을 둘러보고 싶다는 취재진 요청에 따라 부산의료원 측은 현장을 공개했다. 함께 원장실에 들어간 여러 취재진 가운데 한 언론사 기자가 노 원장의 컴퓨터에 있던 해당 문건을 발견해 촬영했고 이를 토대로 보도가 이뤄졌다. 해당 언론사 역시 문서 확보 과정을 공개하며 '자체 취재'라고 밝혔다.

④ 단국대 논문 작성자 '조국' 논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여권은 조 후보자의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된 단국대 논문 초안 파일 정보를 한 언론이 보도한 데 대해서도 검찰이 피의사실을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논문 초안 파일 정보에 작성자와 마지막 저장한 사람이 모두 '조국'으로 기재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학교에서 쓰던 오래된 컴퓨터를 집에다 가져다 놨고 이를 가족들이 공용으로 사용한다"며 "이런 파일이 있는지도 몰랐다. 논문은 딸이 작성한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의 집에 있던 컴퓨터에서 나온 자료"라며 "수사기관에서 나오지 않고는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만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언론에 보도됐으니 검찰이 의도적으로 언론에 피의사실을 유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파일 정보는 물론이고 해당 자료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에 따르면 해당 파일은 조 후보자 자택에 있는 컴퓨터에서 작성된 문건이다. 검찰은 조 후보자 자택을 압수수색하지 않은 상태다.

해당 논문 초안은 당시 논문의 책임 저자였던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가 조 후보자 딸의 논문 기여도를 설명하기 위해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자료다. 대한병리학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논문 초안의 분석 과정에서 파일 정보에 '조국'이라고 저장된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檢 "수사 물타기 의도…가짜뉴스 유포는 수사 대상"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연합뉴스]

여권의 잇따른 '피의사실 공표' 공세에 대해 검찰은 '물타기 의도'라며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 보도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 대상을 검찰로 지목하는 것은 국민 눈에 현재 진행 중인 조 후보자 관련 사건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 논란은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논란의 유출 경위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공세에 대해 법조계에선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흔들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 논란 제기가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흔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며 "검찰에 대한 일종의 프레임 덧씌우기"라고 밝혔다. 또 다른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조 후보자와 관련한 불리한 피의사실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여권이 사전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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