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링링'은 바람이 무서웠다.
7일 하루 종일 한반도를 거세게 흔들어놓았다.
아파트 외벽이 뜯겨 나가고, 담벼락이 무너졌다.
나무들은 종일 펄럭이며 아직 물들지 않은 이파리를 털렸다.
이런 형편이니 과수원이 온전할 리 없다.
추석을 앞두고 탐스럽게 익어가던 사과, 배가 우수수 떨어져 버렸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가슴 졸이며 출하를 고대하던 농민들은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봄부터 정성을 들여 키운, 자식 같은 과일이 풀밭을 그득 덮고 말았다.
바람이 잦아들고 아침이 찾아왔다.
떨어진 과일을 수습해 본다.
상처 입은 과일은 금세 썩는다.
상품 가치는 전혀 없다.
그래도 온전한 것들을 골라 본다.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 다시 힘을 낸다.
최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