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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장 케이블카와 목포시의 32년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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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경호 기자 중앙일보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최경호 광주총국장

전남 목포시의 상징인 유달산과 목포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가 7일 개통된다. 환경단체의 반발과 관광 인프라 부재라는 지적 속에서 1987년 첫 사업을 추진한 지 32년 만이다.

목포케이블카는 육상과 해상에 걸쳐 총연장 3.23㎞의 국내 최장(最長) 규모로 들어섰다. 목포 앞바다에 펼쳐진 다도해의 비경과 유달산의 기암괴석이 한눈에 들어오는 게 특징이다. 올해 초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이 일었던 목포 구도심과 영화 ‘1987’의 무대인 ‘연희네슈퍼’ 일대도 감상 포인트다.

목포케이블카는 32년간 3차례나 설치 계획이 무산되다 민선 6기 들어 재추진됐다. 2015년 타당성 검토를 시작으로 2016년 법인 설립, 2017년 노선 확정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 과정에서 안전성 재검증과 승강장 공사 지연 등으로 수차례 개통 시기가 연기되기도 했다.

목포시는 케이블카 개통이 목포를 비롯한 남해안 관광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식 목포시장이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온 ‘목포 관광 1000만 명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다. 목포시의 기대에는 올 들어 목포 구도심을 중심으로 외지 관광객들이 급증한 점도 깔려 있다. 구도심에 위치한 ‘목포근대역사관’의 올해 상반기 관람객이 10만 명을 돌파하면서 지난해보다 76%가량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목포시민들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인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20여 개의 케이블카 가운데 적자운행을 하는 곳들이 많아서다. 자칫 케이블카가 적자 운영될 경우 “유달산과 목포의 환경만 파괴해놓은 애물단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일각에선 최근 급증한 관광객만 놓고 장밋빛 전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최근 목포 관광객이 급증한 가장 큰 요인은 말썽 많았던 손혜원 효과”라는 주장도 있다. 오랜 기간 케이블카를 추진해놓고도 정작 주차장이나 휴게시설, 관광 콘텐트를 충분히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2년의 준비 기간 만큼이나 장기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할 때다.

최경호 광주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