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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마지막 홀…그래도 잘했어, 예리미 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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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예리미 노는 나이가 어려 지난해 LPGA Q시리즈에 나가지 못해 출전권이 없다. 월요예선을 통해 이번 대회에 나와 우승경쟁을 했다. 우승 했다면 LPGA 투어 역대 3번째 월요예선 출신 우승자가 될 뻔했다. [AP=연합뉴스]

예리미 노는 나이가 어려 지난해 LPGA Q시리즈에 나가지 못해 출전권이 없다. 월요예선을 통해 이번 대회에 나와 우승경쟁을 했다. 우승 했다면 LPGA 투어 역대 3번째 월요예선 출신 우승자가 될 뻔했다. [AP=연합뉴스]

2일(한국시각)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컬럼비아 에지워터 골프장.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이 열린 이 골프장 리더보드엔 이날 첫 홀부터 17번 홀까지 내내 한 선수의 이름이 최상단에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한 홀에서 순위가 뒤집혔다. 갤러리 사이에서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쏟아졌다. 다 잡았던 우승 트로피를 놓친 이 선수는 “결과는 아쉽지만 온종일 난 최선을 다했다. 내년에 다시 돌아오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LPGA 포틀랜드 클래식 준우승 #‘21세기 소녀’ 경험 부족에 발목 #14번 홀까지 3타 앞서다 역전당해 #“내년에 다시 돌아온다” 자신만만

이 선수는 2001년 7월생인 재미교포 예리미 노(18·한국이름 노예림). 이번 대회에서 이른바 ‘21세기 소녀’가 일으킨 돌풍은 어느 때보다 거셌다. 월요 예선을 거쳐 본선에 출전한 그는 대회 3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맞이했다. 2000년 스테이트 팜 클래식의 로럴 킨(미국), 2015년 포틀랜드 클래식의 브룩 핸더슨(캐나다)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월요 예선 출신 우승자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대회 내내 그를 따라다닌 부모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그러나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메이저 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한나 그린(23·호주)에 마지막 한 홀에서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예리미 노는 14번 홀까지 3타 차로 앞서 우승이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15번 홀에서 그린이 버디를 잡았고, 16번 홀에선 노가 보기를 했다. 17번 홀에서 그린이 다시 버디를 잡아내 공동 선두가 됐다. 마지막 홀 예리미 노의 티샷은 벙커에 빠졌고 두 번째 샷은 얇게 맞아 그린을 넘어가면서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예리미 노는 나이가 어려 지난해 LPGA Q시리즈에 나가지 못해 출전권이 없다. 월요예선을 통해 이번 대회에 나와 우승경쟁을 했다. 우승 했다면 LPGA 투어 역대 3번째 월요예선 출신 우승자가 될 뻔했다. [AFP=연합뉴스]

예리미 노는 나이가 어려 지난해 LPGA Q시리즈에 나가지 못해 출전권이 없다. 월요예선을 통해 이번 대회에 나와 우승경쟁을 했다. 우승 했다면 LPGA 투어 역대 3번째 월요예선 출신 우승자가 될 뻔했다. [AFP=연합뉴스]

21언더파로 예리미 노(20언더파)를 1타 차로 누른 그린은 시즌 2승을 거두고 우승 상금 19만5000 달러(약 2억3000만원)를 챙겼다. 한국 선수 중에선 이정은6(23)과 허미정(30), 김세영(26)이 공동 9위(12언더파), 세계 1위 고진영(24)은 공동 20위(10언더파)에 올랐다.

우승을 놓쳤지만 예리미 노는 또 한 번 LPGA 무대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지난해 여자 주니어 PGA 챔피언십, US 여자 주니어 챔피언십, 캐나다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등을 휩쓸면서 미국 아마추어골프협회(AJGA) 올해의 여자 선수에 뽑혔던 기대주다. 미국 UCLA 진학 대신 지난 2월 프로 전향을 선택한 그는 지난 7월 초 열린 손베리 크릭 클래식을 통해 처음 LPGA 투어 대회에 나섰다. 이 대회 역시 월요 예선을 통해 출전권을 땄던 그는 최종 6위에 올라 여자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1세기에 태어난 선수론 처음 LPGA 투어 대회 톱10에 이름을 올린 선수로 기록됐다.

이어 이번 대회에선 준우승까지 거뒀다. 그는 이번 대회 4라운드 내내 수준급 퍼트 능력과 샷을 뽐냈다. 평균 퍼트수는 26개에 불과했고,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 272야드에다 그린 적중률도 70.8%를 기록했다. 예리미 노 자신도 “전체적으로 퍼트가 잘 됐다. 중요했던 퍼트들이 많이 들어갔다. 점점 좋아졌다”며 만족해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예리미 노와 동반 플레이를 한 그린은 “솔직히 그의 플레이에 감명받았다. 손베리 대회 때 이미 그의 플레이를 봤지만, 내년엔 상위 랭커에서 좋은 경기를 자주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며 칭찬했다.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예리미 노는 올 시즌 LPGA 4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두 차례 든 수준급 결과를 냈다.

예리미 노는 올 시즌 LPGA 투어 대회에 더는 나서지 않는다. 대신 다음 달 열릴 LPGA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한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면 예리미 노는 일찍 LPGA 시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올해 벌어들인 LPGA 투어 대회 상금이 40위 안에 들면 내년 1년 동안 뛸 수 있는 시드를 받고 출전할 수 있지만 더는 대회에 나올 수 없어 불가능하다.

아쉬움은 컸지만 예리미 노는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그는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도 이번 대회에서의 경험은 값졌다.  내년이 정말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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