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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204대1 청약경쟁 부른 오락가락 분양가상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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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분양가 상한제 시행 앞두고,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모델하우스에 인파가 몰렸다. [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앞두고,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 모델하우스에 인파가 몰렸다. [연합뉴스]

10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관계 부처 간에 헷갈리는 설전(舌戰)이 이어지고 있다. 시행 여부를 놓고서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 개선안’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한 상한제가 10월 공포ㆍ시행할 예정이다.

10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앞두고 #국토부와 기재부 다른 목소리 #홍 부총리 "공급 위축 부작용 있다" #불안한 시장, 사업 갈팡질팡

그런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10월 초에 바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고, 작동 시기는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제가 주재하는 관계 장관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국토부가 상한제 도입을 발표하자 홍 부총리는 “관계부처 간 별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다른 목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장관끼리 조율한 것”이라고 기재부에서 해명자료를 내며 수습했다.

물론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를 발표하며 지역 및 시기와 관련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고 누차 밝혀왔다. 시행령부터 정비해 놓고 상황을 봐가며 시행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제도 개선보다 실제 시행에 무게중심을 두는 언급을 했다.

‘속도조절론’이 여권 일각에서 나왔지만 김 장관이 밀어붙인 터다.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들이 시장에 주는 혼선은 크다. 관계 부처 수장들의 주도권 다툼이라고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상한제 내용도 오락가락 이다. 홍 부총리는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강력한 대응 효과도 있지만, 공급 위축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이런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지금껏 상한제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한 적 없다.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해명 자료를 내면 조목조목 반박해왔던 터다. ‘도입하면 주택시장이 안정된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목소리가 다르니 시장은 불안하다. 상한제가 도입되기 전인데 청약시장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상한제의 저렴한 아파트를 기다리는 게 논리적인데 시장의 움직임은 반대다. 상한제 적용을 피해 최근 분양에 나선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사당3구역 재건축)이 1순위 청약에서 20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보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이 더 크다는 방증이다.

상한제 발표 이후 서울의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들은 분양 계획을 짜지 못해 사업이 거의 올스톱된 상황이다. 신축 아파트 가격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더욱이 후분양 제도를 확대하겠다던 정부 방침도 사라졌다. 분양가상한제가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정책 과제까지 모두 집어 삼켜버린 모양새다. 이게 상한제 효과인가.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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