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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소재 독립 시급한데…기능올림픽 48년 만에 최악 성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지난 27일 러시아 카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한 자동차정비 직종 최종민 선수의 경기를 일본 심사위원이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지난 27일 러시아 카잔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참가한 자동차정비 직종 최종민 선수의 경기를 일본 심사위원이 팔짱을 낀 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한국이 국제기능올림픽에서 48년 만에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종합 3위다.

중국 이어 러시아에도 밀려 3위 #기계 노메달, 기초산업 역주행 #중국 전지훈련 5번 한국은 1번

한국은 2013년 대회까지 5연패를 달리며, 총 19차례 우승했다. 2015년 중국에 종합우승을 내줬다. 올해는 러시아에도 밀렸다, 1971년 스페인 히혼 대회에서 4위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금메달은 각각 16개와 14개였다. 한국은 7개다. 김양현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대표는 “기계 부문에서 메달이 나오지 않은 것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기초 산업을 키우겠다고 한 게 엊그제인데, 기초 산업에서 밀린 셈이다.

선수단 일각에선 “러시아의 텃세가 컸다”며 애써 서운함을 감췄다. 김동만 선수단장(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좀 다르게 얘기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전 세계 기술의 상향 평준화를 목도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일등주의보다 일류주의를 지향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출국에 앞서 이런 말도 했다. “올해는 경기장에 아무도 안 온다. 늘 고용노동부 장·차관이나 국회의원이 경기장을 찾아 어린 선수를 격려했는데, 이번에는 없다.” 섭섭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난 18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환송식장에도 국회 환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을 제외하곤 장·차관이나 국회의원을 볼 수 없었다.

왜 제대로 된 환송도 현장 격려도 없었을까. 국회 환노위 신보라 의원(자유한국당)이 숨은 사연을 귀띔했다. “지난해 장관과 환노위 위원 4명이 함께 현지에서 선수단을 격려했다. 한데 일부 언론에서 비용을 문제 삼았다. 산업인력공단이 항공비와 숙박료를 댄 것은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부는 물론 국회도 모두 안 가기로 했다. 안타깝다.” 김영란법 때문에 선수단이 격려 한 번 제대로 못 받은 셈이다. 정부에선 별도 예산을 편성할 수도 있었지만 안 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술보국의 첨병인 선수단을 정부와 정치권이 홀대하는 것은 기초산업에 대한 홀대”라며 “더욱이 학력보다 실력, 능력중심 사회를 기치로 내 건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선수단에 대한 지원도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하다. 중국은 선수 지도위원에게 월 200만~300만원을 지원한다. 한국은 고작 50만원이다. “봉사만 요구한다”(한국 지도위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봉수 국제심사위원은 “전지훈련도 중국은 기본적으로 4~5차례 한다. 한국은 예산 부족으로 한 번만 준다”고 전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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