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 여당 “지역감정 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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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울고 싶은 여권의 뺨 때려 준 격이다.”

30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광주일고 정권’ 발언이 나오자 정치권에선 이런 반응이 나왔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입시와 펀드 의혹이 터져 나오자 한국당은 그간 이슈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심초사했다.

“여권이 소위 ‘물타기’를 통해 여론의 관심을 다른 이슈로 전환하려고 시도할 수 있으니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30일 오후 부산에서 연 ‘살리자 대한민국! 문 정권 규탄 부산·울산·경남 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차별하면서 더 힘들게 하는 정권에 대해 부산, 울산, 경남지역 주민들이 뭉쳐서 반드시 심판하자”고 했다.

한동안 정치권에서 봉인되어 있던 지역감정 문제가 다시 수면 밖으로 끄집어져 나오면서 여권은 오랜만에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망국적 지역감정 활용(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구가 지역구인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지역주의, 광주민주화운동, 북한(색깔론) 문제는 한국사회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끝에, 법적 역사적으로 논란을 마감한 사안들”이라며 “한국당의 앞선 인사들 조차 엄청난 과오 끝에 스스로 조심하고 넘어서려 하지 않던 금도를 지금 한국당은 너무나 쉽게 넘어서고 심지어 짓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안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선거 때 했어도 아슬아슬한 이야기인데, 지금 상황에서 왜 굳이 저런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충청권의 한 당협위원장도 “여당이 워낙 못해서 한국당에 관심을 가지려 하던 사람들도 저런 설화(舌禍) 하나 터지면 ‘그럼 그렇지’하고 돌아선다”며 안타까워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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