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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사리' 시사회, 영화관 없는 영덕서 열리는 사연은

중앙일보

입력

영화 '장사리' 스틸컷. [사진 영덕군]

영화 '장사리' 스틸컷. [사진 영덕군]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시사회가 오는 6일 경북 영덕군 예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이 영화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상영 전 시사회가 상설 영화관도 없는 지방 영덕군에서 개최되는 배경은 무엇일까.

오는 25일 개봉하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첫 시사회 오는 6일 영덕 예주문화예술회관서 #영화는 1950년 9월 '장사상륙작전' 다뤄 #학도병 772명, 인천상륙작전 성공 위해 싸워

영덕군 관계자는 “영덕 주민이 장사리의 잊힌 영웅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며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수많은 학도병이 희생된 장사상륙작전을 담은 이 영화는 영덕 장사리 해안이 배경이기에 제작진과 논의해 영덕에서 시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사상륙작전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이뤄진 작전이다. 1950년 9월 14일 군번도, 군복도 없이 군인이 된 학도병 772명은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에서 작전명령 174호를 수행했다. 불과 보름 동안 훈련받은 평균 연령 17세 소년들이었다.

장사상륙작전은 당시 ‘문산호’를 타고 부산항을 출발한 학도병들이 영덕군 장사 해안에 상륙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인천상륙작전이 있기까지 북한군의 주 보급로를 차단하며 적의 세력을 인천의 반대편인 동해안으로 유인했다. 인천상륙작전을 숨기기 위한 '위장 작전'이었던 셈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토대를 마련한 작전으로 평가된다.

당시 전투에서 139명이 전사했고 92명이 부상했다. 하지만 장사상륙작전은 97년 3월 장사리 해변에서 해병대가 좌초된 문산호 선체를 우연히 발견할 때까지 잊혀 있었다.

영화 '장사리' 스틸컷. [사진 영덕군]

영화 '장사리' 스틸컷. [사진 영덕군]

영화 ‘장사리 : 잊힌 영웅들’은 다시 한번 희생된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제작진은 영덕군 고래불해수욕장과 장사해수욕장 등을 오가며 배가 상륙하는 장면, 엔딩 장면 등을 촬영했다.

영화에는 배우 김명민, 최민호 등이 등장한다. 작전 당시 유격부대를 창설해 학도병을 이끌고 작전을 수행한 이명준 대위 역은 배우 김명민이, 최성필 학도병 역은 배우 최민호가 맡았다. 곽시양, 김성철 등 최근 충무로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배우들도 등장한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배우 메간 폭스(33)도 종군 기자역으로 열연해 눈길을 끈다. 그는 6·25전쟁 르포 기자로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받은 실존 인물인 뉴욕 헤럴드트리뷴 종군기자 마거릿 히긴스(1920~1996)를 연기한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메간 폭스는 “한국 역사를 되짚어보는 작품인 만큼 진지한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했다.

이번 영덕 시사회는 같은 날 오전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식과 연계해 열린다. 기념식이 열린 뒤 참전용사인 류병추 장사상륙참전유격동지회장을 비롯한 참전유공자와 유족들, 지역 학생, 군인들이 함께 영화를 관람할 계획이다.

또 영덕군은 향후 영화촬영지에 역사체험 공간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안내판·포토존 등을 설치하고 문산호 외에도 신돌석장군 유적지 등 근대역사·문화 공간을 활용한 호국투어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이번 시사회는 참전용사들과 유가족, 학생들과 지역 주민과 같이하는 뜻깊은 자리로 만들 생각이다”며 “많은 국민이 이 영화를 통해 참전용사 772명의 뜨거운 울림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덕=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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