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수사 일절 언급 말라"···檢, 전국 검사에 이례적 함구령

중앙일보

입력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사팀을 비롯한 전국 검찰청의 검사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수사팀에 사건에 대한 보안을 강조하는 건 일반적이지만 모든 검사에게 수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도록 요구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2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소속 수사관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부산시청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한 뒤 압수품을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송봉근 기자

27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소속 수사관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과 관련해 부산시청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한 뒤 압수품을 차량에 옮겨 싣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압수수색후 檢 회의 “언행 유의하라"

29일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일선 지방검찰청 검사들은 “민감한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에 대해 외부에 어떤 말을 할 때 신경 써서 하도록 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받았다. 전체 메일이나 공문을 통한 공식적인 지시는 아니지만 대검찰청 차원에서 일선 검찰청의 행정을 담당하는 기획검사에게 비공식적으로 이 같은 당부를 전달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는 검사들은 “조 후보자와 관련해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만큼 언행에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쪽지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따로 받았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전국에 있는 검사에게 ‘함구령’이 떨어진 것이다.

여당 정치 공세에 "정치적 해석 부담"

많은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의 경우 검찰은 통상적으로 수사팀에 보안을 강조한다. 그러나 수사와는 관련 없는 검찰청 소속 검사들에게까지 수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도록 요구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사장 주재 회의에서 ‘조 후보자 사건과 관련해 언행을 주의하라’는 지시를 들었다”며 “수사 정보를 알지 못 하는 검사들에게까지 이렇게 얘기하는 건 그만큼 검찰이 이번 수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수사 대상이 인사청문회를 앞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데다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인 만큼 현직 검사의 발언이 보도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며 “이번 수사에 대해 검사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외부로 발설되는 순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함구령’까지 내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27일 오후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27일 오후 조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실제로 검찰은 27일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 직후 정치적 해석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관계기관에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검찰이 내부 단속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차원에서 일선 검찰청에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