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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은 레드에일, 갈비찜엔 흑맥주…맥주도 궁합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황지혜의 방구석 맥주여행(24)

명절 음식들은 맥주와 짝을 지어 먹어도 잘 어울린다. [사진 pixabay]

명절 음식들은 맥주와 짝을 지어 먹어도 잘 어울린다. [사진 pixabay]

명절은 항상 양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오랜만에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시끌벅적하게 보내는 즐거운 날이지만 동시에 양성 불평등, 고부 갈등, 사생활 침해 등 뿌리 깊은 사회 문제가 집약해서 나타나는 때다. 막힌 도로를 뚫고 먼 길을 가 차례상을 차리고 조리와 설거지를 하며 성묘까지 다녀온 후 처가(또는 친정)로 향해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 돌아오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연중 가장 폭발적인 체력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단연 맛있는 음식. 다행히 명절에는 고기와 기름, 자극적인 양념이 들어간 고칼로리 음식이 많다. 가족들과의 명절을 보낸 후 연휴 끝자락에는 음식이 남기 마련. 음식별로 어울리는 맥주를 짝을 지어(페어링) 나를 위한 한상을 차려본다.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지 않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맥주를 가지고 추석 음식에 어울리는 짝짓기를 해본다.

음식 강도에 따라 맥주 종류 고르기

음식에 어울리는 맥주를 마시면 음식과 맥주 맛이 극대화된다. 와인 종류에 따라 음식의 조화를 찾는 마리아주와 마찬가지다. 간단한 원리만 알면 음식과 맥주를 맞춰 즐길 수 있다. 먼저 음식의 강도와 맥주의 강도를 맞춰 고른다. 음식의 강도가 약하다면 맥주의 강도도 약하게, 반대라면 둘 다 강하게 맞추면 된다.

음식의 강도는 기름짐, 단맛, 양념, 요리방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름진 정도에 있어 채소보다 고기가 강하고, 달콤함은 식빵보단 마카롱이 훨씬 강도가 높다. 또 소금, 간장으로 간을 하면 고춧가루만 썼을 때보다 양념 강도가 높다. 요리방법 중에서는 찌기가 가장 강도가 낮고 굽기, 튀기기 등의 순으로 강해진다. 맥주의 강도는 알코올 도수, 맥아의 특성(단맛, 묵직함 등), 홉의 쓴맛. 구운 풍미, 신맛 등이 드러나는 정도로 구분된다. 이를 고려해 짝을 지어 먹으면 된다.

강도를 맞췄다면 이제 맛을 맞춘다. 음식과 맥주를 페어링하는 데에는 비슷한 맛 또는 반대의 맛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비슷한 풍미를 이용하면 맛을 강화시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달콤한 디저트류에는 밀크 스타우트 등 단맛이 강조되는 맥주, 리코타 치즈 샐러드 같은 부드러운 맛에는 바이젠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맥주를 매치하는 식이다.

반대로 기름진 맛이나 비린 맛을 상쇄해주는 맥주를 고려하거나, 단맛의 음식에는 쓴맛의 맥주를 매칭하는 등 반대되는 성질을 묶어 맛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도 있다. 음식과 어울리는 맥주는 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이 원리는 지극히 보편적인 내용일 뿐 맥주 맛의 특성을 이해하면 누구나 충분히 변주가 가능하다.

<고기전엔 기름진 맛 잡는 맥주를>

동그랑땡과 바이엔슈테판 헤페바이스비어 둔켈. [사진 pixabay, Wikimedia Commons]

동그랑땡과 바이엔슈테판 헤페바이스비어 둔켈. [사진 pixabay, Wikimedia Commons]

소고기를 기름에 부친 육전과 돼지고기를 다져서 만든 동그랑땡은 기본적으로 맛이 강하다. 기름진 맛과 감칠맛이 두드러진다. 풍미가 강한 맥주 중에서도 기름진 맛을 잡아주면서 감칠맛을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맥주가 어울린다. 기네스 오리지널, 맥파이 포터 등 스타우트나 포터 스타일 맥주는 적당한 탄산으로 기름진 맛을 씻어주고 커피, 토스트 같은 풍미로 감칠맛을 높여준다. 또 바이엔슈페판 헤페바이스비어 둔켈 역시 마찬가지 역할을 해준다.

<동태전, 꼬치전과 어울리는 맥주>
생선을 활용한 동태전이나 야채, 고기 등을 꼬치에 끼워 구운 꼬치전은 고기를 사용한 전보다는 맛의 강도가 약하다. 슈나이더 바이세 탭7 마인 오리지널 등과 같은 독일식 밀맥주로 느끼함을 씻어 내거나 스파텐 뮌헤너 헬과 같은 헬레스 맥주로 풍미를 돋워줄 수 있다.

<송편>

송편과 킬케니 맥주. [사진 Wikimedia Commons, flickr]

송편과 킬케니 맥주. [사진 Wikimedia Commons, flickr]

송편 소로 널리 사용되는 달콤 고소한 깨설탕, 담백한 콩에는 뉴캐슬 등과 같은 브라운 에일이나 킬케니와 같은 레드 에일이 어울린다. 브라운 에일의 특징인 달콤하고 견과 같은 고소함이 송편의 맛을 배가시켜준다. 또 맥아의 단맛이 도드라지는 레드 에일도 송편의 잔잔한 맛을 살려준다.

<잡채와 맥주의 페어링>

잡채와 스톤IPA. [사진 flickr, 스톤브루잉]

잡채와 스톤IPA. [사진 flickr, 스톤브루잉]

잡채와 맥주의 페어링에는 ‘반대의 맛 원칙’을 적용해볼 수 있다. 스톤 IPA와 같이 쓴맛이 매력인 인디아 페일 에일 스타일 맥주가 잡채의 단맛과 간장 양념의 감칠맛 같은 것들을 받쳐주면서 더욱 부각해줄 수 있다. 또 같은 원리로 스윗워터 420 엑스트라 페일 에일 등 아메리칸 페일 에일도 활용할 수 있다.

<갈비찜엔 검은 맥주>
갈비찜의 강한 간장 베이스 양념은 검은 맥주들과 어울린다. 핸드앤몰트 모카 스타우트 등 스타우트, 세인트 버나두스 앱12 등 벨지안 다크 스트롱 에일 등은 강한 간장 양념과 마찬가지로 강한 풍미를 낸다.

<생선구이엔 인터내셔널 라거>

조기구이와 맥스, 스톤 노토리어스 P.O.G. [사진 flickr, 하이트진로, 스톤브루잉]

조기구이와 맥스, 스톤 노토리어스 P.O.G. [사진 flickr, 하이트진로, 스톤브루잉]

생선을 활용한 명절 음식에는 비린 맛을 상쇄해 줄 신맛이 필요하다. 스톤 노토리어스 P.O.G와 같은 베를리너 바이세 스타일 맥주는 레몬처럼 시큼하고 상큼한 풍미가 특징으로 입 안을 깔끔하게 해준다. 또 세종 듀퐁 등 세종 스타일과 맥스, 오비 프리미어 같은 인터내셔널 라거 역시 생선구이, 생선찜과 함께 먹으면 생선의 맛과 상쾌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나물엔 필스너>
나물 무침은 음식 강도가 세지 않으면서 나물 자체의 풍미를 즐겨야 하는 음식이다. 이때는 쾰쉬(가펠 쾰쉬 등)나 필스너(스텔라 아르투아 등)와 같이 풍미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청량하게 마실 수 있는 맥주가 적당하다.

황지혜 비플랫 대표·비어포스트 객원에디터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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