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발목잡힌 콜롬비아|밀매업자들 정부에 대들어 "내전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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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남미최대의 마약밀매조직인 콜롬비아의 메델린 카르텔이 마약밀매 전면소탕에 나선 정부에 반발, 「전면전」을 선언해 콜롬비아는 정부와 범죄조직간에 희한한 내전상태에 빠져들었다. 법무장관이 마약조직의 압력에 굴복, 사임하는가 하면 정부관리·언론인등이 이들의 협박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메델린과 칼리로 대표되는 콜롬비아 마약조직은 수십억달러로 추산되는 수입으로 정치인들과 행정관리들을 매수, 자신들의 영향력아래에 두고 검은 돈으로 합법적인 기업까지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의견을 갖는 인사는 살인과 테러로 응징하는 무서우면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지하단체다.
이 같은 막강한 마약밀매조긱과 정부간의 전면 내전은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의 압력과 마약공급국이라는 부끄러운 나라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14일 코카인 밀조소탕작전을 벌이면서 사실상 시작되었다.
이 소탕작전 며칠후인 18일 정치집회를 갖고 있던 여당인 자유당의 유력한 대통령후보 갈란 상원의원(45)이 암살된 사건이 발생했다.
갈란의원은 마약밀매조직에 정부가 더 강력히 대처해야한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주장해온 인기있는 정치인으로 메델린 카르텔은 그의 목에 현상금 50만달러를 걸어놓고 있었다.
이 사건에 충격을 받은 바르가스대통령은 이를 긴급사태로 규정하고 마약밀매조직의 전면소탕을 선언했을뿐 아니라 마약밀매자들을 체포, 미국에 인도하기 위해 비상대권을 방동했다.
그가 미국에 범인 인도결정을 하며 비상대권까지 발동한 것은 미-콜롬비아간 범인인도 협정이 87년 대법원에 의해 위헌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판결도 마약밀매조직의 위협과 배후작용에 의해 취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내 소비마약의 80%를 공급하고 있는 콜롬비아 마약조직은 미국인도를 제일 두려워한다. 마약으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은 마약불법공급과 관련, 80건을 기소해 놓고 콜롬비아 정부에 핵심인물 12명의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콜롬비아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지만 미국에 일단 인도될 경우 끝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의 긴급조치에 따라 콜롬비아 군·경은 19∼21일 사이 마약밀조공장들을 습격, 이들 소유로 믿어지는 비행기·헬기·무선기부착차량·무기와 실탄·요트·코카인등 2억달러어치를 압수하고 1만여명을 체포했다.
체포자가운데는 메델린 카르텔의 재정·금융담당가로 연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에서의 코카인 판매대금을 합법적인 돈으로 세탁하거나 본국으로 송금하는 역할을 해온에르마르도 마르틴에즈로메로(35)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자극받은 마약조직이 24일 성명을 발표, 정부에 전면전을 선언하고 정부와 정당사무실·정치인들의 주택·방송국들에 대한 폭발물 공격을 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이번 전면전 선언은 이같은 암살극을 다시 벌이겠다는 위협이다. 전면전 선언 하루전에는 자신들이 사병을 훈련시키고 있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방송국에 돌려 무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이 보유하고있는 범력과 무기규모는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메델린은 이번 「내전」을 통해 사활을 건 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여 정부와 범죄조직간의 희한한 전면대결은 앞으로 콜롬비아에 많은 피를 뿌릴것으로 보인다.【뉴욕=박애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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