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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들어온 두산의 복덩이 페르난데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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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내야수 페르난데스.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 내야수 페르난데스. [연합뉴스]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 프로야구 두산이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쿠바)의 홈런을 앞세워 5연승을 질주했다.

두산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 4-2로 이겼다. 5연승을 질주한 2위 두산은 선두 SK와 승차를 5.5경기로 좁혔다. 시즌 전적은 6승 6패 동률이 됐다.

선제점은 SK가 뽑았다. SK는 3회 초 1사 뒤 노수광이 두산 선발 이용찬으로부터 좌익선상 2루타를 쳤다. 이어 한동민이 중견수 앞 안타를 쳐 노수광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SK 선발 헨리 소사는 3회까지 삼진 3패 포함 두산 타선을 퍼펙트로 틀어막았다. 잠잠했던 두산 타선은 4회 말 터졌다. 선두타자 박건우가 첫 안타를 치고나간 뒤 2루까지 훔쳤다. 정수빈은 2루 땅볼을 굴려 박건우를 3루로 보냈고, 3번 타자 오재일이 3루 땅볼을 쳐 1-1 동점을 만들었다.

결승점은 5회 나왔다. 이번에도 기동력이 돋보였다. 선두타자 박세혁이 안타로 나간 뒤 또다시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1사 이후 허경민이 좌익수 앞 안타를 때려 경기를 뒤집었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건 해결사 페르난데스였다. 페르난데스는 6회 2사 이후 소사의 몸쪽 포크볼을 걷어올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시즌 15호 홈런. 결국 이 홈런을 맞고 소사는 마운드를 내려갔다. 두산은 8회 말 오재일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가했다. SK는 9회 초 나주환의 솔로홈런으로 한 점을 추격하는 데 그쳤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용찬이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중간, 마무리 투수도 맡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야수들의 공격적인 주루로 역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와 3분의 1이닝 6피안타 1실점하고 시즌 5승(9패)을 따낸 이용찬은 "중요한 경기에 승리해 기쁘다. 코치님들과 많은 노력을 했다. 내 공을 던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제일 답답했다"며 "오늘 경기로 그동안 안 좋았던 투구 밸런스가 잡히는 것 같아 자신감을 얻었다. 남은 경기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이날 경기에서 4번 타자 김재환이 빠졌다. 지난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가슴을 다쳐 1군 명단에서 말소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전 "오재일, 페르난데스가 김재환 자리에 들어간다. 오재일이 그동안 3번에서 잘 쳐 오늘은 3번으로 나가고, 페르난데스가 4번으로 나간다"고 했다. 페르난데스가 4번 타자로 나선 건 올 시즌 한 번 뿐이었다. 페르난데스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친 데 이어 6회 결정적인 홈런까지 치며 김재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4타수 2안타.

27일 잠실 SK전에서 소사로부터 홈런을 때린 뒤 베이스를 도는 페르난데스. [연합뉴스]

27일 잠실 SK전에서 소사로부터 홈런을 때린 뒤 베이스를 도는 페르난데스. [연합뉴스]

페르난데스는 두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최근 이어졌던 두산의 외국인타자 악연을 깼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두산이 영입한 외국인 타자 중에선 닉 에반스를 제외하곤 성공한 타자가 없었다. 잭 루츠, 데이빈슨 로메로, 지미 파레디스, 스캇 반슬라이크 등은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시즌 내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며 중심타자로서 활약했다. 전반기 막판 다소 침체된 듯 했지만 후반기 들어 4할에 육박하는 고타율(92타수 36안타, 타율 0.391)을 선보이고 있다. 교타자로 평가받았던 것과 달리 곧잘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타자들이 좋은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고, 팀이 이겨 기쁘다"며 "4번 타자라도 똑같은 타순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홈런 상황에 대해 "첫 타석에서 소사의 포크볼에 속아 삼진을 당했다. 포크볼 비율이 늘어나서 대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반기 막판 부진에 대해선 "타자는 누구나 슬럼프가 있다. 항상 똑같은 자세로 훈련하며 이겨냈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는 타격과 최다안타 부문에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200안타 도전도 가능하다. 그는 "기록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매 타석 안타를 치겠다는 자세로 준비한다. 시즌을 마치고 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쿠바 국가대표 출신 페르난데스는 아이티를 거쳐 망명했다, 미국 구단들도 페르난데스와 계약을 원했으나 안정적인 조건을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던 그는 최근 구단의 도움으로 아내와 아들을 쿠바에서 한국으로 데려왔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곧바로 아들을 끌어안고 미소를 지었다. 페르난데스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조국을 떠났지만, 페르난데스는 올해 11월 열리는 프리미어 12에 출전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 그는 "대표가 될 수 있는 건 내가 결정할 수 없지만 불러준다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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