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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나토도 연합훈련하는데···트럼프 한국만 때리는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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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ㆍ아래) 이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구축함인 묘코함(DDG-175)이 13~23일 필리핀해에서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8월 15일을 기념하는 행사도 공동으로 열었다. [사진 미 해군]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ㆍ아래) 이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 구축함인 묘코함(DDG-175)이 13~23일 필리핀해에서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8월 15일을 기념하는 행사도 공동으로 열었다. [사진 미 해군]

미국은 지구촌 곳곳에서 동맹국·우방국과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한·미 연합훈련만 때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직후 연합훈련을 “매우 도발적”이라고 비판하더니 25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열면서는 “완전한 돈 낭비”라고 했다.

"2017년 집권 직후 훈련 활발, 당시 인상 깊었을 가능성" #일석이조 셈법 깔려, 북엔 핵 폐기 유인 남엔 돈 더 내라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분담금을 놓고 한국을 비롯한 일본ㆍ독일ㆍ사우디아라비아ㆍ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해 불평했지만, 연합훈련은 한국만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이나 나토와의 연합훈련을 비판한 경우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2017년 한·미 연합훈련 미측 주요 자산 전개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7년 한·미 연합훈련 미측 주요 자산 전개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상품은 ‘안보 비용 받아내기’다. “미국은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2018년 12월), “나토 회원국들이 더 많은 분담금을 지출하길 바란다”(올 4월)며 동맹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훈련에 관한 한 한국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트위터 계정과 미 백악관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전쟁 게임(war games)’라는 표현 등 연합훈련에 대한 언급은 한국 관련에서만 보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는 한·미 연합훈련은 올해 들어 대폭 축소됐다. 대규모 야외기동 훈련(FTX)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지휘소 연습(CPX)으로 대체됐고, 야전에선 대대급 규모의 훈련만 이뤄진다. 대신 미국은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연합훈련을 늘리고 있다. 미 육군은 26일 일본 육상자위대와 ‘오리엔트 쉴드’를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미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의 증원 병력을 받아 전방으로 보내는 전시증원연습(RSOI)을 실시한다. RSOI는 올 3월 폐지한 한ㆍ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의 전신이다.

미군은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훈련인 ‘탤리즈 세이버’에 전략 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를 보냈다. 지난해 10~11월엔 유럽에서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나토와의 연합훈련인 ‘트라이던트 정처’를 벌여 러시아가 긴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트라이던트 정처'에 참가한 미 해병대원들이 아이슬란드에서 행군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지난해 10월 '트라이던트 정처'에 참가한 미 해병대원들이 아이슬란드에서 행군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많은 연합훈련 가운데 왜 한국만 콕 집었을까. 차두현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훈련의 인상이 강렬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이 세지면서 한ㆍ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강도도 점점 더 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집권 직후인 2017년 최고조에 달해 당시 다양한 전략자산이 한국을 들락날락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훈련 때리기엔 일석이조를 노리는 셈법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남주홍 경기대 명예교수는 “트럼프의 연합훈련 관련 발언은 한국에는 ‘방위비 분담금 압박’, 북한에는 ‘핵 포기에 대한 당근’이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북한이 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연합훈련을 꾸준히 강조해 핵을 포기할 때의 매력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합훈련을 폄하할수록 한·미동맹은 약화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연합훈련을 전면 폐지하면 미군이 있을 필요가 없고, 한·미동맹도 동맹이 아닌 주요 교역국 관계로 바뀐다"고 말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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