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로 설계하는 미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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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과 소련의 우주과학자들은 수년전 화성을 우주개발의 전초기지로 개발할 필요성에 대해 합의한바 있다. 그 곳에서 물만 발견된다면 현재 미소가 갖고 있는 기술로도 충분히 이를 연료로 전환해서 태양계안의 모든 유성들에 유인탐색선읕 보낼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의 기지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10차례의 유·무인 우주선을 보내야 한다. 한번에 드는 비용은 1천억달러. 화성기지화의 기초작업에 드는 돈은 적어도 1조달러가 든다는 계산이다.
지금 미국이나 소련이 처해있는 경제적 압박속에서 그런 돈이 염출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럼에도 물구하고 양국 우주학자들이 이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해 서로의 정부를 설득하는 논리의 하나는 이시도가 인류에게 무한의 프런티어를 제공할수 있다는 점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이래 인류는 끊임없이 지리상의 탐색을 계속한 끝에 이제 지구상에는 사람의 발자취가 안닿는곳이 없게 되었다. 적어도 지리상으로는 지구에서 무한의 개념은 사라졌다.
지구의 유한성은 심리적으로 지구위에 사는 모든 사람을 속박하는 한계가 되어 버렸고 지구안에서는 새로 개척할 프런티어가 없어져 버렸다. 우주과학자들은 성패에 관계없이 화성을 탐색하고 우주로 진출하려는 노력만으로도 인간에게 새로운 공간적, 심리적 프런티어를 제공함으로써 무한의 가능성을 추구해온 인류에게 새로운 숨통을 터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우주탐색계획이 어느 정도의 실현성이 있는지와는 별도로 인간에게 있어서 무한한 가능성의 프런티어는 우리몸이 물과 공기를 필요로 하는 것 만큼이나 인간의 정신력이 갈구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모든 인류를 지구라는 조그만 천체에 갇혀있다는 폐쇄감에서 해방시켜줄 무한의 새 프런티어는 바로 우리로 하여금 오늘의 어려움을 참고 극복하게 만들어주는 미래에의 꿈과 희망을 제공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비유를 사회적 현상에 적용해 볼때 우리 사회는 지금 크게 보아 거대한 새 프런티어를 절실히 필요로 해 이를 찾아 나서고 있다. 60연대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걸어온 경제성장시대가 하나의 프런티어였다면 지금 그 시대와 그 시대를 가능케 했던 여러 속성들은 더이상 프런티어로서의 자극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허리를 졸라매고,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인간적 안락을 희생해가며 고도성장기를 살아온 기성세대의 프런티어는 그 성공위에서 자라난 다음세대에게 이미 온몸과 정신을 바쳐추구할 프런티어로서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오히러 이 시대의 프런티어를 배척하며 이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마저 있다.
우리 시대가 지금 겪고있는 격심한 갈등은 이렇게 볼때 새로운 프런티어를 갈망하는 성장기 제2세대의 도전과 이미 프런티어로서의 홍분과 자극을 잃어버린 과거의 속성들에 심리적으로 집착하고 있는 제1세대간의 갈등을 큰 흐름으로 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우리 사회의 과제는 제1세대와 그 세대가 성취한 결과 위에서 새 프런티어를 갈망하게 된 제2세대가 합심해서 새로운 프런티어를 개발해 내는데 있다.
이 과제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부글부글 끓고있는 「유한성의 속박」에 저항하는 젊은 세대의 정력이 폭력과 파괴의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힘으로 발휘될수 있도록 새 프런티어의 확트인 세계를 열어주는 일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몸살을 앓고있는 노사분규·정치적 대결상태·통일문제·지역간 갈등·부의 분배문제등에 대해 이를 보혁·좌우의 대결구도로만 보는 것은 쟁점의구체적 사안으로 국한시켜 볼때는 타당성이 있지만 우리 사회전체변혁의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미홉한 점이 있다.
지금 지구가 더이상 개척도, 발견도 할수없는 유한의 밀폐된 세계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우주과학자들의 인식과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를 필두로 한 많은 사람들이 과거 성장기의 속성들을 질식할 듯 한 속박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경제·사회적 민주화의 과제를 앞에 놓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이대로는 안되겠다.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들을 강하게 갖고있고 그런 생각들이 모여 개혁의 속도에 대한 기대와 불만을 이루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가 열어가야 할 새 프런티어는 서로 다른 체험에서 비롯된 여러 갈래의 우리 사회 미래상에 대한 합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민주화의 속도와 범위, 노사간의 상반된 입장, 변혁의 갈등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정치, 극과 극으로 갈라져 있는 통일에 대한 입장, 성장기가 이루어놓은 그리 크지 않은 부를 분배하는 공정성의 문제등은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우리사회의 미래상과 꿈을 어떤 모양으로 설정하느냐는 합의속에서만 제대로 해결할수 있는 것들이다. 이들 갈등요인은 곧 새로운 프런티어를 활짝 열어주기 위해 하나씩 쌓아나가야 할 벽돌과 같은 것이다.
이 거대한 작업을 순탄하게 이루기 위해서는 구세대와 새세대, 기득권층과 소외계층은 현재의 욕구를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대결아닌 새로운 탄생, 공통된 과업으로 인식하는 긍정적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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