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의 민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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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에는 민간 형무소가 있다. 재판을 통해 유죄를 선고하는 것은 헌법기관인 사법부의 고유한 책임이지만 형무소를 짓고 운영하는 것까지 정부가 해야할 필요는 없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제도다.
벌써 l2개 주에서 이런 형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경비가 싸게 들어 정부도 좋고, 불평을 사지 않는 식당 서비스, 깨끗한 환경 등으로 불만과 거부감이 적으니 수형자들도 좋다. 사회적으로는 새 기업이 생기고, 일자리가 늘어 좋다. 물론 기업도 강사가 되니 그 이상 좋은 일이 없다.
형무소보다도 좀 의외의 것은 미국의 민간 재판소다. 무려 43개 주에 설치되어 있다. 주디케이트사라는 간판을 내걸고 판사경력을 가진 사람을 고용해 재판을 한다. 주로 이혼, 보험관계 소송을 다룬다. 역시 비용이 적게 들고 재판도 빨리 진행되어 인기가 높다.
모어 마킷, 레스 거번먼트 (More mafket, Less government). 네덜란드의 정부청사에 붙어있는 표어다. 정부가 참견을 덜 할수록 민간기업이 할 일은 더 많다는 뜻을 압축한 말이다. 실제로 이 나라에선 우편저금 제도를 비롯해 지방 각 행정기관의 컴퓨터 업무, 회계, 인쇄, 경찰의 테크니컬 서비스등을 하나 둘씩 민간에 넘겨주고 있다.
미국은 이미 우변배달 업무의 상당부분을 민영화했다. 민간 우편회사들은 오버 나이트 배달제 (2일 배달), 3일, 4일 배달제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고객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소포의 경우 90% 이상이 민간회사에서 배달한다. 우선 값이 싸고, 신용 있고, 친절해 시민들의 반응은 좋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공항의 민영화, 상하수도의 민영화도 서두르고 있다. 고속도로나 교량도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얼마든지 민영화할 여지가 있다.
우리 나라도 비로소 대도시의 주정차 관리를 민간에 맡길 모양이다. 물론 단속도 민간회사가 하게 될 것이다. 관청이 공연히 도장찍고 세도 부리기 위해 움켜쥐고 있는 일들 중에는 민간에 넘겨줄 만한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행정의 효율화, 국민감정의 순화를 위해서도 그런 문제는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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