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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청문회 놔두고 국민청문회? 민주당의 전례없는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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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법에도 없는 ‘국민청문회’로 장관이 되려고 하는 것인가.”(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

한국당 “사흘 청문회” 요구하자 #여당, 기자협회 등에 개최 요청 #야당 “법에도 없는 방식 장관 노려” #국회 법사위는 ‘내달 2일’ 조율

“대부분의 의혹을 언론에서 제기했으니 그것을 보도한 언론이 검증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당에서 판단한 것.”(청와대 고위 관계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민청문회’ 개최의 정당성을 두고 여야가 25일 논쟁을 거듭했다. 국민청문회는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제시한, 전례 없는 방식이다. 법상 의원이 하게 돼 있는 인사청문회를 언론인들이 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자유한국당이 다음달 2일이 포함된 사흘간의 청문회 일정을 요구하자 여당이 맞대응 카드로 내놓은 일종의 원외 청문회다. 날짜는 27일로 못 박았다.

사상 처음으로 ‘청문’ 요청을 받은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기자협회는 24~25일 각 언론사 지부에 연락을 돌려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협회 대응에 추가 논란이 일지 않도록 회원사 반응을 면밀히 취합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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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는 각 사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여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6일 오전까지 의견을 모아 당일 오후 민주당에 공식 답변을 줄 계획이다.

민주당은 27일이기만 하면 형식·조건은 모두 위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은 25일 “(협회가) 의원들처럼 법에 근거한 자료제출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방송기자연합회 측과 형식과 절차에 대한 논의도 아직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가 전체 회원의 뜻을 물은 뒤에야 세부 진행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설령 하게 되더라도 27일에 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앞서 기자협회가 협회 차원에서 공개검증 작업을 추진한 전례로는 대선 후보 초청 합동토론회가 유일하다. 2017년 대선 때는 토론회 한 달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정 회장은 “선관위 규제 안에서 공약·정책 검증을 광범위하게 진행하는 대선 후보 토론회와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국민청문회는) 그동안 협회가 해 왔던 일이 아니라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조 후보자 청문회 일정을 두고 주말에도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자유한국당을 향해 “내일까지 성실하게 청문회 일정에 합의해 국민청문회로까지 나아가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터무니없는 (문제) 제기를 빼고 핵심 사안만 다루면 (청문회를) 하루만 해도 충분하다”고도 했다.

같은 날 한국당은 ‘사흘 청문회’ 주장을 이어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태스크포스(TF) 5차 회의를 열어 “부적격인 조 후보자 임명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검찰개혁이 아닌 장악, 사법 농단의 검은 유혹을 놓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 후보자 청문회 실무를 진행할 국회 법제사법위에서는 현재까지 ‘9월 2일 개최안’이 유력 검토되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도부가 각각 ‘국민청문회’와 ‘사흘 청문회’로 맞서는 가운데 물밑에서 현실적인 절충안을 택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사위원은 “여야 간사끼리는 (9월) 2일에 열자는 의견이 오가는데 각 당 지도부와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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