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여성 2030년 기대수명 91세, 먹는 음식 덕분일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29)

인류는 3백만년간 여러 개의 종과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해가는 공진화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우리 몸의 상당 기능은 이러한 여러 종의 생물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이뤄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 몸의 장내 세균이다.

박테리아. [중앙포토]

박테리아. [중앙포토]

장에는 100조에 달하는 박테리아가 있다. 박테리아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쪼개거나 비타민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무수히 많이 갖고 있다. 장 박테리아를 모두 합치면, 그들의 유전자는 인간의 유전자보다 150배나 많다. 사람마다 몸에 지닌 미생물 구성이 다 다르다. 어쩌면 미생물을 지문처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내 미생물을 분석하면 그 개인과 집단의 건강 수준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최근의 의학연구에 따르면 장 건강과 비만, 면역질환, 뇌건강과의 관련성을 다루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장내 세균은 비만과 특별히 관련이 많다. 비만과 관련된 뚱보 박테리아는 탄수화물을 쪼개 알뜰하게 다 흡수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들 뚱보 박테리아가 많지 않으면, 음식을 많이 먹어도 칼로리의 일정 부분을 흡수하지 않고 밖으로 내몬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은 바로 장내 박테리아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또 장은 면역체계의 2/3에 해당할 정도로 우리 몸의 면역에 깊숙이 관련돼 있다. 식욕, 포만감 등 식탐과 관련된 뇌신호도 장내 세균의 영향에 따라 움직이고, 장내세균은 심지어는 치매와 우울증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내세균은 동맥경화, 비만, 당뇨 등의 만성질환 예방관리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세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우리 전통식품과 발효식품의 우수성에 대해서 새삼 주목하게 된다. 국산 농수산물을 주원(재)료로 제조 가공 조리해 우리 고유의 맛 향 색을 내는 우수한 식품이 발효식품이다.

발효식품의 일종인 장류, 치즈, 막걸리. [중앙포토]

발효식품의 일종인 장류, 치즈, 막걸리. [중앙포토]

발효식품은 효모나 세균 따위의 미생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음식이다.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된장, 술, 간장, 치즈, 요구르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많이 이용되는 미생물은 젖산균, 효모 등이며 미생물이 물질을 분해해 새로운 성분이 만들어지면 생기는 독특한 향과 맛을 이용하는 식품이다.

진핵생물은 크고 복잡한 세포로 구성된다. 다세포생물로 큰 덩치를 가질 수 있는데, 고래나 사람도 진핵생물이다. 장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효모는 진핵생물은 후편모생물에 속하는 효모다. 메주콩을 소화하는 박테리아 유전자는 주로 아시아인의 장에 산다.

글루코오스 등 당류를 분해해 젖산을 생성하는 세균으로 유산균이라고도 한다. 젖산발효 때문에 생성되는 젖산에 의해서 병원균과 유해 세균의 생육이 저지되는 성질을 유제품·김치류·양조식품 등의 식품제조에 이용한다. 또 포유류의 장내에 서식해 잡균에 의한 이상발효를 방지해 정장제로도 이용되는 중요한 세균이다. 그람양성균이며, 통성혐기성 또는 혐기성이다. 락토바실루스속과 스트렙토코쿠스속에 여러 종류가 알려져 있다.

2030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기대수명이 90세를 넘기는 첫 국가가 우리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 여성이 2030년에 인류 최초로 91세로 기대수명이 90세를 넘긴다. 소득의 증가와 영양섭취 향상, 생활환경의 개선 등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 여성의 식생활 습관이 이러한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 중요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

과일 및 채소 섭취량, 수산물 섭취량이 세계적으로 많고, 전통식품과 발효식품을 통해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를 적절하게 해온 점이 장수하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우리 전통식품과 발효식품이 우리 몸의 장내 세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최적화된 식품이다.

하지만, 우리 식단이 빠르게 서구화되어 우리 사회에서도 비만, 당뇨 등 서구형 만성질환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 전통식품, 발효식품이 가진 장점을 발전시켜 우리 식단을 현대화된 건강 식단으로 변화시켜 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 만성질환의 관리에는 식습관의 개선이 중요하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