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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행세하며 내분비계 교란, 질병 만드는 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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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27)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시니어 일자리' 행사장에서 어르신들이 채용 안내서를 살펴보고 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중앙포토]

지난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시니어 일자리' 행사장에서 어르신들이 채용 안내서를 살펴보고 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중앙포토]

한국만큼 급속한 고령화를 경험하는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7%, 14%, 20%를 넘기면 각각 고령화 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부른다. 우리 사회는 이미 2000년도에 고령화 사회에, 2018년에 고령사회에 도달했고, 2025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인구에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서구에서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1세기 이상 걸리던 변화를 우리는 18년 만에 돌파했다.

그러나 오래 산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암, 고혈압, 당뇨, 뇌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 비감염성 퇴행성질환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노인은 여러 질환에 노출되어 2018년 노인 1인당 진료비는 398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4.6%포인트 늘어났으며, 국민 전체 1인당 진료비 136만7000원의 3배 수준에 달했다.

우리 몸의 상당 부분은 호르몬에 의해 조절된다. 최근에는 호르몬 흉내를 내는 화학물질에 노출이 늘어 암,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 여러 질환이 늘고 있다. 내분비계 교란 물질, 언론에서 환경호르몬이란 이름을 붙인 이것은 화학적 구조가 생체 호르몬과 비슷해 몸속에서 마치 천연 호르몬인 것처럼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모방이라 하는데 이 가짜 호르몬은 진짜 호르몬인 양 행세하면서 몸속 세포 물질과 결합해 비정상적인 생리작용을 낳게 된다. 심지어 진짜 호르몬이 할 수 있는 역할 공간을 이 가짜 호르몬이 완전히 빼앗아 버리는 경우(봉쇄-blocking)도 있다.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부작용으로는 생식기능의 이상, 성비균형 파괴, 호르몬 분비 불균형, 면역기능 저해, 유방암 전립선암 증가를 들 수 있다.

우리는 세제, 식품 용기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환경호르몬에 노출된다. 환경호르몬은 암, 고혈압, 당뇨, 뇌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 pixabay]

우리는 세제, 식품 용기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환경호르몬에 노출된다. 환경호르몬은 암, 고혈압, 당뇨, 뇌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 pixabay]

우리가 일상에서 많은 쓰는 세제, 화장품, 포장재, 플라스틱과 같은 식품 용기 등 여러 경로를 통하여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데, 이들 환경호르몬은 암(특히 유방암, 전립선암), 고혈압, 당뇨, 뇌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 여러 만성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가공식품에 많이 노출되면,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 화학물질에의 노출이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년기 암, 고혈압, 당뇨, 뇌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의 질환 예방에 중요한 것이 건강한 식생활이다. 노년기에 운동이 부족하고 나이가 들어 근육량이 조금씩 줄어들면 근육도 약해지고 뼈에서 칼슘 등의 소실이 증가하면서 더 허약한 체질로 변모한다. 이때 넘어지기라도 하면 손목골절이 부러지는 콜레스 골절이나 엉덩이 부위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기 쉽다.

평소에 잘 먹지 못한 영양 취약 그룹은 특히나 골다공증, 고관절 골절, 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운동과 더불어 노년기에 적절한 영향 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여러 환경호르몬 노출이 있는 노인의 경우 특별히 호르몬 교란과 관련된 암, 고혈압, 당뇨, 뇌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발생위험을 높인다.

콩은 우리 식단에서 식물성 단백질의 중요한 공급원이다. 콩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이소플라본이 많이 들어 있다. 이소플라본은 호르몬 의존형 질환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 [사진 pixabay]

콩은 우리 식단에서 식물성 단백질의 중요한 공급원이다. 콩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이소플라본이 많이 들어 있다. 이소플라본은 호르몬 의존형 질환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 [사진 pixabay]

노년기에 적절한 단백질 섭취 또한 중요한데, 콩은 우리 식단에서 식물 단백질의 중요한 공급원이다. 이소플라본은 대두에 포함된 폴리페놀의 일종이다. 콩은 이들 이소플라본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식물계에서는 1000여 종의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있는데, 갱년기 증후군, 암, 심혈관질환, 골다공증의 호르몬 의존형 질환의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

동물 단백질 섭취가 많지 않은 과거 우리 식단에서 콩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식단을 마련했다는 것은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 섭취를 증가시키도록 하는 우리 조상들이 가진 건강의 지혜이다.

뼈 건강엔 식물성 에스트로젠

초기 폐경기는 빠른 뼈 손실 기간이다. 골다공증의 위험이 상당히 증가하기 때문에 콩 단백질과 이소플라본을 습관적으로 섭취하면 뼈 손실을 늦출 수 있다. 최근 수행된 식이 콩 단백질 섭취량과 뼈의 미네랄 밀도·함량 사이의 관련성 분석 연구에서도 후기 폐경기 여성들에서 전산화 단층 촬영기로 관찰한 결과, 대퇴골 부위 골밀도는 식이 콩 단백질 섭취량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잘 먹지 못하고, 적절히 운동하지 못하는 허약 노인들에게서 암, 뇌 심혈관, 당뇨 합병증,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등 사망과 장애를 가져다줄 수 있는 질환이 발병할 소지가 높다. 환경 위험 노출에 조기 차단, 적절한 영양과 운동은 노년기의 건강을 지켜준다. 여러분의 주치의를 통해 노년기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자세한 안내를 받으시길 권한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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