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거울<시어머니와 휴가 이완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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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해마다 어머님을 모시고 여름휴가를 떠나는 시동생 내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올해는 우리가 모시고 휴가를 가겠노라고 제의를 했다.
『동서, 우리가 어머님을 모시고 휴가를 다녀올테니 올해는 오붓하게 네 식구만 다녀와.』
『아니에요, 형님. 저는 어머님하고 휴가를 간다고 해서 불편한 것도 없고 오히려 편안한 마음이 들어요.』
『아니야,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가 모시고 갈게.』
이런 식으로 옥신각신 끝에 둘째인 우리가 모시고 휴가를 가기로 했다.
해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고작해야 처갓집으로 휴가를 갔던 남편.
그 생활에 10여년간 익숙해진 나는 막상 어머님을 모시고 휴가를 떠나는 것이 여간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친정집이 농촌에 있기 때문에 도시생활에 익숙하신 어머님에게 불편한 농촌생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던 탓에 어머님과 함께 친척집에 간다는 것은 쉽게 마음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어디로 가야할까?』
며칠동안 생각 끝에 또 친정으로 가기로 결정지었다.
아주버님 내외분과 시동생 내외 역시 어머님께서 어떻게 이 더위에 사돈집을 방문하느냐고 찬성하지 않았지만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어머님과 친정어머니의 상봉 기회를 만들어 드렸다.
어느 누가 서먹서먹한 사돈관계라 하겠는가.
두분은 헤어졌던 형제의 만남처럼 두손을 꼬옥 잡고 사돈지간의 만남을 반가워하셨다.
창너머로 풍기는 쇠똥냄새며 불편한 화장실, 잠자리에서의 모기장 등 모든 것이 어머님께는 편안한 자리가 아닐 듯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신 어머님께 불편하지 않으셨냐고 했더니 『어느 잠자리가 이보다 더 편안하겠느냐』며 호텔방같이 편하다고 하시는 어머님이 왠지 그렇게 고맙고 존경스러울 수가 없었다.
사돈집에서의 피서를 흐뭇해하시는 어머님의 표정에 내 마음이 한껏 밝아지는 듯했다.

<서울 동작구상도37동319의1 12통3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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