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 술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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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들의 생활은 퇴폐 할대로 퇴폐하고 있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음란·식도락·사기·권세욕·신성모독·병독이 고질이 된 그들의 생활은 이교시대의 제정기 못지 않게 타락하고 있었다.』 이것은 마틴 루터가 그의 『로마서』 주석 가운데 기술한 한 구절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성직자·관리·부유층 등 사회지도 계급을 두고 한 말이다.
르네상스의 문화는 인간이 신의 예속에서 벗어나 인간본연의 권리를 회복하는 화려한 측면도 가지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세속의 영달과 모함과 쾌락을 추구한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앙드레 모루아는 르네상스를 『쾌락이 예술이나 도덕보다 우위에 있었던 시절』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에 따르면 르네상스의 남녀는 『동물적인 결함을 갖고 있어 마음의 작용이 육체의 움직임을 제어한 일이 결코 없었다』고 지적했다.
격렬한 동물적 본능을 「자연」으로 받아들이고 이것을 긍정한 르네상스에 있어서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여성의 호색적 경향이다.
초서의 소설 『캔터베리 이야기』에 나오는 「버어스의 아내」의 고백은 바로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상을 대변하고 있다.
『나는 다행하게도 전후 다섯명의 남편을 가졌습니다. 여섯 번째의 남편도 결코 사양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내겐 정조를 지킨다느니 어쩌겠다느니 하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정염에 불타는 몸으로 안절부절 하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훨씬 정직한 일인 줄 압니다….』
정조대의 발명도 르네상스기의 소산이다. 당시 유부녀의 외도가 남편의 명예에는 금이 갈지 모르나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문을 보면 서울시내 유흥가에 있는 이른바 「호스트바」라는 여성 전용술집 13곳이 경찰의 기습단속을 받았다.
이들 술집은 대부분 10대 청소년을 10∼20명씩 고용해 부녀자를 상대로 각종 퇴폐영업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긴 온통 퇴폐업소·퇴폐문화가 판을 치는 세상에 여성이라고 그런 업소에 못가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지금 사회 일각에서 퇴폐추방 운동에 온 힘을 기울이는 마당에 여성술집은 『여성들이여, 너마저도』하는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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