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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⑮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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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작가라서

작가라서

누구에게나 실패가 성공보다 더 지속적으로 찾아옵니다. 비가 많이 오는 곳에서 사는 것과 같지요. 가끔 화창한 날도 있지만 대개 밖에는 비가 내리니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편이 낫습니다. 아무튼 실패는 자기 연민을 낳기 쉬운데 제 경험상 자기 연민은 대단한 생산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파리 리뷰 엮음 『작가라서』 중.

전쟁 소설 ‘젊은 사자들’로 유명한 어윈 쇼의 말. 미국 문학 잡지 『파리 리뷰』가 60년 동안 기라성 같은 303명의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항목별로 발췌했다. 왜 글을 쓰는지, 등장인물은 실제인지 가상인지, 다른 작가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인지 등 34개의 공통질문을 던졌다. 자기 연민이 대단한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니, 쇼의 이 말은 작가 지망생뿐 아니라 영혼이 여린 평범한 이들에게도 힘이 될 듯하다. ‘책을 즐겨 읽느냐’는 질문에 트루먼 커포티는 “상표나 요리법, 광고, 모든 국내외 신문과 잡지”를 읽어댄 활자중독임을 고백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매일 밤 사무실에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었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평생 안톤 체호프에 열광했고, 조앤 디디온은 헤밍웨이의 책을 타자기로 따라쳤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