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통계에 허점 많다 친척·이웃의 인우증명서 임의작성이 "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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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사망원인통계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사인통계는 사람이 죽으면 동사무소에 제출하는 사망신고서에 기재된 사망원인을 기초로 해 작성되고 있다. 그러나 사망신고서의 근본목적인 인구동태, 즉 사망·실종으로 인구증감을 파악하는데 있기 때문에 사망원인에 관한 자료는 부수적인 사항이 되고있어 정확성을 기하기 어렵다는 게 보건통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대 안윤옥교수(예방의학)는 사망신고서의 사망원인란은 타살 등 형사상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작성되는 것이므로 이를 분석해 우리나라의 정확한 사인구조를 밝혀낸다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안교수는『사인통계는 모든 사회보건통계의 기초』라고 전제하고『정부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사인통계는 자료수집단계부터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선언적 의미만 있을 뿐 보건정책수립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사인통계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의사가 사인을 진단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
경제기획이 발표한 87년 사망원인통계연보를 보면 총 사망자 23만5천6백32명중 의사가 사인을 확인한 사망자는 33%인 7만3천64명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친척·이웃 등 사망자 주위사람이 임의적으로 작성하는 인지증명서로 사망원인증명을 대신하고 있는 형편.
일본·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거의 모든 사망자가 의사진단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특히 의사진단율의 지역적 차이가 엄청나게 심한 것이 사인통계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즉 부산의 87년 의사진단율이 80%를 넘고 인천 69%, 서울 67%로 대도시의 진단율은 비교적 높은 반면 경기 46%, 강원 16%, 경북 13%, 전남 6. 6%에 불과했다.
정부는 최근 88년 사인통계를 통해 시부에서는 전사망자중 각종 암·당뇨병으로 인한 사망이 높은 반면 군부는 노쇠·순환기계통질환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농촌지역의 암·당뇨병으로 인한 사인이 낮은 점은 저조한 의사진단율에서 기인한 것도 상당부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한편 정부사인통계에서 농촌지역 사인의 21%를 차지한다고 발표한 「노쇠」항목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한 의무기록사에 따르면 국제질병분류(ICD)에 노쇠라는 사인항목은 없고 있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 즉 사람이 늙어 죽어도 암·고혈압 등 구체적인 사인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영아사망률 통계의 허점을 지적하는 통계학자들도 있다. 영아사망률은 현재 1천명당 20명 수준으로 추정돼 매년 1만3천명정도의 영아가 망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사데 신고를 통해 집계되는 건수는 3천건 정도에 지나지 않다는 것.
결국 신생아들의 사인 또한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이승욱교수 (보건통계학)는 사인통계가 허술한 이유를 국민들의 불성실한 신고태도와 우리사회의 관행 및 통계전담기구의 부재 등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또 이제까지 사인조사를 인구동태조사와 따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도 정부사인통계가 허술한 큰 이유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신고체계부터 정부조직까지 전반적인 사인통계조사체계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통계청의 신실과 전국민 의료보험의 시행, 지방자치제의 실시 등을 앞두고 있으므로 이를 갈 이용하면 사인통계의 허점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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