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프락치 사건 "이정권 - 한민당 조작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경원 의원 밀입북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 40년 만에 다시 일반의 관심을 끌었던 국회프락치사건은 이승만 정권과 한민당 세력의 합작으로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변호사 박원정씨는 역사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역사비평 1989년 가을호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6·25로 이 사건의 기록들이 소실됐으나 아직 남아있는 당시의 공소장과 1심판결문, 신문잡지 기사 등을 분석해 볼 때 국회프락치사건은 조작된 것이라는 심증이 가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국회프락치사건이란 1949년 5월 서울지검의 장재갑 부장검사·오제도 검사 등이 국회안의 동성회·입민구락부등에 소속된 이문원 의원등 소장파의원 3명을 구속한데 이어 6월 10일 체포한 남로당특수공작원 정재한 여인으로부터 압수한 비밀보고문을 근거로 노일환 의원등 14명을 구속한 사건이다.
그러나 박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되는 정여인이 변호인의「합리적인」요구에도 불구하고 끝내 법정에 나타나지 않은 점을 들어 이재 판은「유령재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변호사는 정여인은 법정에 나오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아는 사람도, 본 사람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특히 당시 미대사관 문정관이었던 핸더슨조차도 이 사건의 재판을 방청하고 조사한 결과 정여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박변호사는 결국 이 사건이 친일파 숙청에 앞장서는 등 눈부신 의정활동을 보였던 소장파 의원들을 이권면 정권과 한민당 세력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으로 구속한 사건이며 이로써 이정권은 독재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오제도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하고 『당시 국회프락치사건의 주범이었던 노일환·이문원 의원이 남로당에 가입했다고 법정에서 자백했고 공작보고서 작성자인 이모씨도 아직 살아있는 만큼 조작이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오변호사는 문제의 정여인에 대해 『그녀는 단지 보고서를 전달하는 임무만 맡고 있었기 때문에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