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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편들고, 文 조롱하고···지금껏 경험 못한 이상한 한미동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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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4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 기조로 ‘최고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를 정했을 때 외교가에서는 “이게 동맹국을 향한 기조이기도 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라면 동맹에도 최고의 압박을 가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이었다. 그가 본격적인 재선 레이스에 뛰어든 지금, 이런 동맹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배제…동맹 의식 없이 북한에 면죄부  

올해 들어 북한이 일곱 차례에 걸쳐 단거리 발사체를 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한국 전역이 사정권에 들 수 있는데도 그렇다. 양국 중 한 나라가 무력 공격의 위협에 처하면 공동으로 대응하도록 한 한ㆍ미 상호방위조약 2조와도 거리가 있다. 동맹인 한국은 배제하고 북한 편을 드는 듯한 태도다.(현지시간 10일 워싱턴포스트)
북한이 이 틈새를 놓칠 리 없었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11일 담화에서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주권국가로서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으로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하로는 도발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면죄부를 받은 셈”이라며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북한이 협상력 강화를 위해 도발 수위를 점차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주러 대사로 보낸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심상치 않다. 현재 한ㆍ미 간 가장 소통이 원활한 채널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대표이기 때문이다.

짜증…“한ㆍ일 항상 싸우기만”

한ㆍ일 간 외교 전면전이 벌어지는 데 트럼프 대통령은 촉진자 역할은커녕 짜증스럽다는 태도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supposed to be allies), 항상 싸우기만 한다. 우리를 매우 곤란하게 만든다”(현지시간 9일)라면서다. 게다가 일본은 미국의 외교정책 기조인 인도ㆍ태평양 구상에 핵심국가로 참여하고 있는 터다. 미국이 한ㆍ일 갈등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특별 세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특별 세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우려도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아버지가 가미카제 특공대였다고 소개하며 “그들이 애국심 하나로 연료를 반만 채운 전투기를 몰고 군함으로 돌격했던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결례…정상 외교 현장서 반복

뉴욕포스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영어) 억양을 흉내내며 그가 어떻게 자신의 터프한 협상에 굴복했는지(cave in to) 묘사했다”고 전했다. 한국으로부터 방위비를 더 받아낸 것을 강조하기 위해 동맹국 정상을 압박했다고 자랑한 셈이다.
지난해 5월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는 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과 함께 (대북) 공조를 하겠다”고 답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말은 통역할 필요 없다”고 해 물의를 빚었고, 올 4월 정상회담 때는 ‘2분 회담’ 논란이 일었다. 총 29분 간의 단독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취재진의 ‘질의응답 원맨쇼’ 등으로 27분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정상급에서 외교 결례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즈가든을 통해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다 취재진 요청에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즈가든을 통해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다 취재진 요청에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는 미 주류의 인식과는 온도 차가 있다.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특성에서 기인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도 “오히려 워싱턴 조야는 미ㆍ중 간 대립이 심화하며 한ㆍ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체적 언행 관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행정부 견제 기능이 강한 미 의회 등을 상대로 적극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 우호적인 미 의회의 코리아 코커스 활동은 물론, 통상 8월 무렵 휴회기를 이용한 상ㆍ하원 의원들의 한국 방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은 “한ㆍ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밀도 있는 외교를 펼쳐 안전판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공식적이라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깝게 느끼는 사람들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ㆍ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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