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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속죄않는 일본, 세계경제를 위협" 美 국제관계 전문가 지적

중앙일보

입력

일본이 세계 2차대전 당시의 역사적 만행을 속죄하지 않는 것이 아시아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美 조지워싱턴대 역사학 교수 WP 기고 #"기회주의 한국 정치인, 역사 이용" 비판도

미 조지워싱턴대 역사ㆍ국제문제 전문가인 그레그 브래진스키 교수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일본이 과거의 죄에 대해 속죄하지 않은 것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라는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 온 그래그 브래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트위터. [트위터 캡처]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 온 그래그 브래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트위터. [트위터 캡처]

브래진스키 교수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한 뒤 "1990년대 이후 일본 정부가 수차례 과거사에 대해 사죄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그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자신들의 만행을 반성하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역사박물관이나 기념관을 세우지 않았으며, 어린 학생들에게도 자국의 잔혹했던 역사를 가르치지도 않는다"며 수차례 역사적 과오를 진정성 있게 반성해온 독일과 다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임자들보다 역사 문제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더이상의 사과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 20세기 초 일본이 세계 2차대전 당시 저질렀던 극악무도한 행위가 단순히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고 배운 아베 세대의 젊은 일본인들도 과거 행동을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은 브래진스키 교수는 "이런 모든 경향은 국수주의적 기억을 강화하고 현재의 무역 분쟁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를 연구해 온 브래진스키 교수는 한·일이 이런 역사 분쟁을 겪게 된 이유에는 미국의 역할도 있었다고 봤다. 그는 기고문에서 "1945년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점령했을 때 일본과 전쟁 희생자들의 화해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았다"며 "미국은 공산주의 저지에 초점을 맞췄고 한일의 역사적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도록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1965년 미국의 압박 속에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했고 한일청구권협정이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한일청구권협정을 비롯한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는 한국 사회에서 대중적 지지를 얻지 못했지만, 독재정치를 펴며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이룬 박정희 군사정권 하에서 강압적으로 의회를 통과하는 게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 201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정부에서 일본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를 맺어 비난여론이 들끓었다고 봤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또 역사에 기반을 둔 반일감정을 이용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한일 간 갈등은) 단순히 돈이나 보상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국의 지도자들은 이미 그들이 낮은 지지율로 고통받을 때마다 일본은 공격하기 매우 편리한 표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거의 모든 대통령이 한 자릿수의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마치는 나라인데, 이런 상황에서 역사적 분노를 유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런 정치적 지도자들을 '기회주의적(Opportunistic)'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무역전쟁이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혼란을 가져오기 전에 마무리되더라도,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이웃 국가들과 제대로 된 화해와 합의를 이루지 않는다면 아시아는 또 다른 경제적·군사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은 발전과 번영을 제한하고, 전세계가 그로 인한 결과에 고통받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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