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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GO] 성수동에 새로 들어선 로봇카페가 흥미로운 이유

중앙일보

입력

성수동 '카페봇'에 설치된 디저트봇이 케이크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성수동 '카페봇'에 설치된 디저트봇이 케이크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신비하고 이국적인 공간이 문을 열었다. 지난 8월 1일 오픈한 ‘카페봇(cafe.bot)’이다.
로봇 자동화 전문 기업 티로보틱스와 2011년 라이브파크를 시작으로 미디어 공간 기반의 새로운 문화를 선도해온 (주)디스트릭트홀딩스가 협업한 감성문화공간이다. ‘로봇’과 ‘감성’이라는 상반된 이미지의 단어를 붙여 쓰는 이유는 이 공간이 추구하는 주제가 ‘공존과 협업’이기 때문이다.

성수동 '카페봇'의 입구. 오른쪽에 원래 있었던 건물의 입구를 남겨뒀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원래의 건물은 30년 동안 금속 레이저 공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성수동 '카페봇'의 입구. 오른쪽에 원래 있었던 건물의 입구를 남겨뒀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원래의 건물은 30년 동안 금속 레이저 공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성수동 '카페봇' 실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선 6개의 미디어 아트가 상영되고 있다. 6개 영상의 주제는 멕시코에서 영감을 얻은 '핑크 라군'이다.

성수동 '카페봇' 실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선 6개의 미디어 아트가 상영되고 있다. 6개 영상의 주제는 멕시코에서 영감을 얻은 '핑크 라군'이다.

진보한 미래과학의 총아라 할 수 있는 로봇이 무려 4대나 상주하는 공간이지만, 정작 100평(660㎡) 규모의 카페 실내는 미디어 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공간의 색깔을 더 진하게 풍긴다. 한쪽 면을 차지한 대형 스크린에선 멕시코의 ‘핑크 라군’을 주제로 한 6개의 영상이 펼쳐진다. 핑크빛 바다 위에 플라밍고 새와 튜브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신비한 컬러와 실루엣 덕분에 뮤지컬 ‘라이온 킹’의 멕시코 버전처럼 느껴진다. 특히 6개의 영상 중 3개에는 모션 인식 기능이 있다. 스크린 앞에서 움직이면 화면 속 플라밍고 새와 구름이 사람을 따라다닌다. 덕분에 어른도 플라밍고와 숨바꼭질 하는 아이가 된다.

성수동 '카페봇' 미디어 아트. 6개의 영상 중 3개에는 모션 인식 센서가 달려 있어, 관객의 시선을 따라 플라밍고 새와 튜브, 구름 등이 움직인다.

성수동 '카페봇' 미디어 아트. 6개의 영상 중 3개에는 모션 인식 센서가 달려 있어, 관객의 시선을 따라 플라밍고 새와 튜브, 구름 등이 움직인다.

로봇의 생김이나 움직임도 여느 로봇 카페들과는 다르다. 우선 로봇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공간이 다르다. 유리벽 안에 전시된 채 홀로 움직였던 로봇이 인간 바리스타 바로 옆에서 협력하며 같이 움직인다. 인간과 부딪치면 스스로 멈추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바리스타·고객과의 대면에서 벽을 두지 않았다. 원두는 블루보틀, 스텀프타운과 함께 미국의 3대 스페셜티 커피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의 것을 사용한다.

성수동 '카페봇'의 바리스타봇. 5분 동안 3잔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성수동 '카페봇'의 바리스타봇. 5분 동안 3잔의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

로봇의 종류도 다양하다. 바리스타봇은 커피를 추출한다. 이보다 거대한 드링크봇은 칵테일과 에이드 음료를 만든다.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에 적당량의 재료를 넣고 오른쪽·왼쪽으로 팔을 움직이며 힘차게 흔드는 로봇의 열정적인 움직임에는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성수동 '카페봇'의 드링크봇. 위에 설치된 리큐르에서 적당량의 재료를 따라내 섞고 흔드는 기능을 한다.

성수동 '카페봇'의 드링크봇. 위에 설치된 리큐르에서 적당량의 재료를 따라내 섞고 흔드는 기능을 한다.

성수동 '카페봇'의 디저트봇이 그려낸 피카소의 한손드로잉.

성수동 '카페봇'의 디저트봇이 그려낸 피카소의 한손드로잉.

성수동 '카페봇'의 디저트봇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이모지도 그려준다.

성수동 '카페봇'의 디저트봇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이모지도 그려준다.

디저트봇은 케이크 위에 그림과 글을 새겨 넣는다. 모두 사전에 입력된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현재 유명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그렸던 한손드로잉, 기분을 대신 표현해주는 이모지 등 현재 9개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케이크 종류를 먼저 고르고 카운터 앞에서 원하는 그림의 스티커를 직원에게 건넨 후, 로봇이 직접 케이크 위에 그림 그리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성수동 '카페봇'의 플라밍고봇.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움직이며 표정을 영상에 띄운다.

성수동 '카페봇'의 플라밍고봇.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움직이며 표정을 영상에 띄운다.

마지막 로봇은 플라밍고봇이다. 이 역시 인간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센서가 달려 있어서 호기심 많은 새가 인간을 졸졸 따라다니듯 움직인다. 또 자신이 포착한 사람의 표정과 움직임을 모니터 위에 띄운다.
2층은 벽 없이 뻥 뚫린 옥상 공간이다. 1층이 미래지향적이고 이국적인 세련된 공간이라면, 옥상에선 2호선 지하철이 달리는 모습과 함께 주변의 오래된 공업단지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국의 브루클린’이라는 표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커피는 4000~6000원, 칵테일은 7000~9000원, 케이크는 8000원 선이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카페봇, 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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