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노 대신 아베와 통하는 외상 입각 땐, 한·일관계 변화 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나카니시 교수

나카니시 교수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인 나카니시 히로시(中西寬·56) 교토대 교수는 “일본 정부로선 한국 내 ‘반일’ 여론을 더 강하게 만드는 조치는 기본적으로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고, 야당·경제계까지 가세하고, ‘항일 보이콧’ 확대로 문화 교류도 중단되는 현 상황은 일본 정부의 예상을 넘은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나카니시 교수는 1, 2차 아베 내각에서 총리 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 멤버로 참여했다. 아베 총리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다. 인터뷰는 6일 오후 도쿄에서 진행됐다.

아베 신망 두터운 나카니시 교수 #박근혜 정부 초기 한·일 관계 냉랭 #한·미·일 중시 정책 틀며 외교 회복 #일본 정부 ‘항일 보이콧’ 예상 못해 #반일 더 부추기는 조치 안할 것

수출규제 조치는 역사 이슈인가, 안보 이슈인가.
“경제산업성은 안보와 수출관리 문제라고 한다. 아베 정권에서 보면 징용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측 요구가 무시당한 데 대한 불만으로 뭔가 임팩트 있는 정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 않았을까.”
화이트국가 제외 뒤 추가 조치가 있을까.
“지금은 일본 내에서 (수출규제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강하지만, 한국 관광객과 교류가 더 줄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 또한 커지고 있다. (독도 문제 등) 또 다른 이슈가 여론을 움직이면 몰라도 일본 정부가 곧바로 다음 조치를 생각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관련기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어떻게 될까.
“지소미아는 한·일, 한·미, 미·일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전제다. 미국엔 동아시아 미사일 방위 운용을 위한 기본 인프라다. 한·일 간 문제에서 점차 한·미의 문제가 돼 가는 느낌이다.”
안보우호국으로서 한국의 일본 내 위상은 이번 조치 이전부터 떨어져 왔다.
“한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같은 동맹국(미국)을 가진 우호국으로 대해도 좋을까’라는 논의가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남북 군사협정은 미국도 충분히 모르는 가운데 체결돼 일본에 큰 충격을 안겼다.”
아베 총리가 사전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출규제 강화 언질을 줬을까.
“그건 모르지만 일본은 일관되게 ‘중재하지 말라’는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각종 해법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nugu@joongang.co.kr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각종 해법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nugu@joongang.co.kr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퇴임해야 싸움이 끝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일 갈등은) 두 정상의 성격 차이라기보다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 때도 전반기엔 회담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이후 남북, 한·중 관계가 바뀌고 다시 한·미·일 중시 쪽으로 전환되면서 외교도 회복됐다. 내외 정세가 바뀌면 두 정상이 우선순위를 바꿔 타협할 수도 있다.”
양쪽에 채널이 없다.
“원래라면 (총리관저 외교사령탑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서울에 가서 문 대통령 등 핵심 인사들을 만나 타협점을 찾는 게 맞다. 하지만 야치 본인이 현재 한국에 매우 비판적이다. 아베 총리가 역할을 정확하게 주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양국 관계가 움직일 계기는 없을까.
“다음달 개각이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외상이 바뀔 수 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의 경우 자민당 내 ‘독자행동파 정치인’으로, 관저와 잘 통한다고 하긴 어렵다.”
한·일 관계를 위한 제언은.
“(1965년 협정을 잇는) 협정도 좋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더 발전시켜도 좋다.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중·러, 또 어느 정도는 미국으로부터도 자립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은 어떻게 보나.
“독도 또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상공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민감한 지역이라는 걸 알고 한·일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이런 침범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도했을 수 있다. 중·러 입장에서 이 지역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한·일을 떠받치는 구조다. 한·일이 서로 싸우면 미국의 존재감이 떨어지리라 본다. 중·러도 꽤 전략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느낌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