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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교가 교체 결정한 구로중, 서울 첫 사례…“멀쩡한 노래 왜” 의견도

중앙일보

입력

[사진 구로중학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사진 구로중학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서울 공립 구로중학교가 친일(親日) 작곡자가 만든 교가(校歌)를 바꾼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구로중은 지난달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교가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광덕중·고와 대동고 등 광주교육청 소속 일부 학교에서 친일잔재가 남은 교가를 바꾼 사례는 있었으나 서울에서는 처음이다.

현재 구로중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가는 민족문화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작곡가 이흥렬(1909~1980)이 곡을 썼다.

이흥렬은 ‘섬 집 아기’, ‘봄이 오면’ 등 동요·가곡 수백 곡을 쓴 작곡가다. 일제강점기 ‘반국가적 음악을 쫓아내고 일본음악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설된 친일 음악 단체 ‘대화악단’과 ‘경성 후생악단’에서 활동하는 등 친일행적을 보여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친일인사가 만든 교가를 바꾸려는 학교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광주 광덕중·고는 올해 5월 교가를 친일인사 김성태(1910~2012)가 작곡한 노래에서 이 학교 음악 교사가 작곡한 노래로 교체했다. 같은 지역 대동고도 지난 6월 친일인사 김동진(1913~2009)이 작곡한 교가를 버리고 새 교가를 채택했다.

구로중학교 측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학교에 남아있는 친일잔재를 없애고자 관련 논의를 진행하다가 교가의 문제성을 알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학생·학부모·교사·동문의 의견을 수렴해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구로중은 추후 학생들의 문화·예술 감수성에 걸맞고 과거와 달라진 학교생활 모습이 담긴 새 교가를 만들어 사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친일 인사가 만든 노래라고 해서 무조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작곡·작사가의 친일행적은 친일행적대로 비판하면 됐지 친일색채가 담기지도 않은 멀쩡한 노래까지 바꿔야하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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