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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은행내부 손금보듯|가명으로 애인집 숨어 수사망 피해|사흘에 걸쳐 조금씩 벽뚫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국내 범죄사상 최대 은행금고털이사건의 범인들은 치밀한 범행계획아래 3일동안이나 은행벽을 뚫었으며 은행 내부를 손금보듯 알고 있는 전문가들인 사실이 밝혀졌다.
범인들은 주범을 포스트로 일이 있을때면 모였다가 범행후에는 각자 잠적, 가명으로 숨겨둔 애인이나 내연의 처 집등에 머무르며 경찰수사망을 피해왔고 검거에 대비, 고압전자총과 청산가리까지 지니고 다녔다.
◇범행=범인들은 지난달3일낮12시쯤 의정부시내 S다방에 모여 범행을 모의한후 공범 최원일의 소유인 경기2나4860호 프레스토승용차를 타고 4명이 춘천에 내려가 은행주변을 답사했다.
처음엔 범행대상을 서울신탁은행으로 정했으나 은행벽이 단단해 뚫기가 어려울 것갈아 벽이 비교적 약하고 주변 조건도 범행에 용이한 중소기업은행을 대상으로 정한뒤 의정부시로 되돌아갔다.
범인들은 22일만인 25일 일당4명중 3명이 춘천에 다시와 이날밤 은행주차장을 통해 옆건물과 80여cm폭인 은행뒤 골목으로 들어가 유압잭과 각목등을 사용, 붉은 벽돌로 된 절얌46cm께의 금고뒷벽에 작은 구멍을 낸뒤 다음날인 26일 오후10시쯤부터 27일오전3시까지 가로37cm, 세로 43cm크기로 넓게 구멍을 뚫고 은행 금고실로 침입했다.
금고실 안으로 들어간 범인들은 금고 문틈으로 엷은 드라이버와 송곳을 넣어 틈을 벌린뒤 금고문을 뜯고 범행했다. 당시 은행의 보안시설은 객장에서 금고실로 통하는 겉문에만 비상벨이 설치돼 이들의 범행은 숙직자들조차 전혀 눈치챌수 없을정도로 완벽했다.
은행을 나온 범인들은 훔친 자기앞수표 용지는 10여m 떨어진 D건설 4층건물 옥상에 쌓아둔 카핏뭉치속에 숨겨놓고 현금만 갖고 달아났다.
◇도주및 행적=공범의 승용차를 이용, 홍천∼양평을 거쳐 여주에 있는 공범 지영수의 처남인 김모씨집에서 1박한뒤 주범 김의 의정부시 아파트로 가 훔친 돈을 1인당 5천만원씩 나눠갖고 헤어졌다.
그러나 모의에 동참하고도 범행때 빠진 이윤재씨(43·전과9범)가 금고털이를 알아채고 『폭로하겠다』고 위협, 돈을 요구하자 1인당 6백만원씩 1천8백만원을 떼어줬다.
이들은 지난85년 수원교도소에서 함께 복역할때 알게된 교도소 동기생들로 범행후에는 각자 주거지에서만 은신한채 전화로 연락을 취해왔다.
검거 당시 지는 6천6백만원이 든 환매조건부채권통장을, 주범 김은 5백원짜리 주화 2백만원과 주택은행의 정부지점발행 수표 10장등7백40만원, 최는 현금9백73만원과 1백30만원 예금통장등 모두 8천4백43만원을 갖고 있다가 압수됐으며 나머지는 유흥비등으로 써버렸다고 주장했다.
◇수사=경찰은 사건발생후 38명의 전담요원으로 수사반을 평성, 금고털이 전문조직인 「이쁜이파」등 5개파를 중심으로 전국의 금고털이전과자 3백20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으나 전혀 단서를 잡지 못했다.
진전 없는 수사가 미궁에 빠질듯하던 3일뒤인 29일은행측이 현상금 1천만원을 내걸면서 제보가 쇄도, 이중 결정적인 전화 제보가 의정부시로부터 날아들었다.
현지에 급파된 형사대는 의정부시 모다방에서 만난 제보자로부터 범인은 「강춘호파」란 제보를 받았다.
4O대의 이 제보자는 보복을 이유로 끝까지 신분을 숨긴채 범인체포때 현상금 지급약속과 취업알선을 요구한뒤 헤어졌다.
형사대는 제보자의 찻잔에서 지문을 채취, 조회결과 금고털이전과자임이 밝혀져 제보내용이 신빙성이있다고 판단, 탐문수사 끝에 「강춘호」는 주범 김기태의 가명이며 김이 박모씨(52) 의 주민등록증에다 자신의 사진을 붙여 신분을 위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특히 김은 특수절도로 기소중지자며 76년 12월부터 77년10월까지 10개월간 춘천에 거주, 춘천지리에 밝다는 점도 밝혀냈다.
이에따라 수사반은 수사망을 압축, 김의 집 전화의 시외통화번호등을 전화국을 통해 확인해 공범들의 신원과 소재지를 파악, 집중적인 잠복검거에 나섰다.
◇검거=경찰은 19일 오전9시쯤 잠복근무 끝에 아파트에서 나오는 주범 김을격투 끝에 검거한데 이어 이날 오전10시쯤 공범 이를 집에서, 오후8시쯤 여주처남집에 숨어있던 지를 각각 붙잡았다.
또 공범 최는 20일 오전7시30분쯤 수원시내에 있는 내연의 처 집에서 나오는 것을 검거, 춘천으로 압송했다.
검거당시 최는 고압전자총·청산가리·흉기를 소지하고 있어 검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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