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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기 처리한 141건 법률 보니…‘카풀법’ ‘근무단축 요구권’ 포함됐다

중앙일보

입력

2일 국회 본회의에선 141건의 법안이 통과됐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카풀법과 택시월급제법, 배우자 출산휴가를 늘리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포함됐다. 4월 5일 이후 118일 만에 '몰아치기 의결'이다. 다음은 주요 법안 내용.

카풀 출퇴근 시간만…택시기사 월급제 도입

지난해 카카오 카풀 시범서비스를 계기로 택시업계가 격렬하게 저항했던 ‘카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승차공유를 출퇴근 시간에만 허용하는 내용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카풀 이용은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6~8시에만 가능하다. 토·일요일, 공휴일은 제외다. 이 법률은 공포한 날(의결 15일 이내)부터 전면 시행된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인택시 사납금 제도를 없애는 ‘택시월급제’는 내년 1월부터 지역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개정 택시운송법(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택시회사는 기사의 실근로시간을 택시 운행정보 관리 시스템 등을 통해 수집한다. 택시기사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조항에 따라 1주일에 40시간 이상이 되도록 정했다.

노동계 요구 수용…‘워라밸’ 법적 보장 

이번에 국회 문턱을 넘은 개정 ‘남녀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배우자 출산휴가를 늘리는 조항(현행 5일→개정 10일)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족돌봄휴가’ 개념이다. 개정안은 또 가족돌봄이 필요한 근로자가 휴가를 내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을 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을 담았다. 지금까지 임신기간 또는 육아휴직 대신으로만 쓸 수 있었던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의 적용 범위와 시간을 확대하면서다.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남성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한 롯데그룹 직원이 육아용품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남성직원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한 롯데그룹 직원이 육아용품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따라서 이르면 내년부터 가족돌봄을 이유로 주당 15~30시간 이내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해진다. 회사는 대체인력 부재 등 불가피한 사유가 없는 한 근로자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육아뿐 아니라 질병·사고·노령으로 인한 가족돌봄도 사유로 인정된다. 만 55세 이상 직장인의 경우는 대학원 진학 등 은퇴 준비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할 수 있다. 근로시간을 종전만큼 유지하면서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와 달리, 업무 시간을 줄이고 ‘인생 2막’을 설계하라는 취지다.

이 개정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과 맞물려 고용주(사업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래서 국회는 이 제도를 기업 규모에 따라 2022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정했다. 300인 이상은 내년 1월, 30~300인 미만은 2021년 1월, 30인 미만은 2022년 1월부터 적용된다.

‘규제 철폐’ 기업활력법 확대…범죄 처벌은 강화

한편 기업활동을 지원하는 각종 규제 완화 법안들도 같은 날 국회를 통과했다. 기업활력법과 첨단바이오법은 경제성장 둔화 국면에서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산업체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활력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자발적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에 상법, 공정거래법, 세법 등의 규제를 풀어줘 사업 재편을 유도하는 특별법이다. 2016년 처음 만들어졌는데 개정안은 이달까지였던 유효기간을 5년(2024년 8월) 연장했다.

적용 대상도 대폭 늘렸다. 지금까지는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공급과잉 업종 기업이 대상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신산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나 ‘산업위기지역의 주된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래된 산업구조를 4차 산업 위주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충북 청주 오송 CV센터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 앞서 식물 기반 바이오신약 단백질(항암제 원료) 생산 기업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제약과 생명공학 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충북 청주 오송 CV센터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 앞서 식물 기반 바이오신약 단백질(항암제 원료) 생산 기업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제약과 생명공학 산업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갈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첨단바이오법은 차세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바이오의약품 관련 규제 완화 법률이다. 지금까지 약사법·생명윤리법, 혈액관리법 등의 적용을 받던 바이오의약품 규제를 일원화해 신속한 심사·허가가 가능하게 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개발 기간이 기존보다 3~5년 단축될 전망이다.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 등도 앞당겨져 희귀질환자 치료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최근 사회를 놀라게 했던 각종 범죄에 따른 법률 개정안도 의결을 마치고 조만간 시행된다.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간음·추행한 자에 대한 처벌 공소시효를 폐지한 ‘성폭력특례법 개정안’과 정신질환자 대상 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보이스피싱·유사수신행위·다단계판매 사기 등 특정 사기 범죄를 ‘부패 범죄’에 포함해 해당 피해재산을 국가가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일본, 중·러 규탄 결의안 처리…북한은 5일 논의

이날 결의안도 2건 처리됐다.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은 2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에 이어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내린 데 항의하는 내용이다.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의 영공·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규탄하는 ‘동북아시아 역내 안정 위협 행위 중단 촉구 결의안’도 함께 통과됐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 규탄 및 재발 방지 촉구 결의안’의 경우 여야가 논의를 더 이어가기로 했다. 당초 자유한국당은 북한 규탄 내용을 동북아 위협 중단 촉구 결의안에 담자고 주장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북한 관련 내용은 추후 별도 결의안에 담기로 했다. 오는 5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해당 결의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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