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충격에 내부갈등까지|「영을」후유증 앓는 3야|평민, 화전양면작전… 김총재 입건대비|민주·공화, 지도부성토등 내홍 표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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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등포재선거패배의 충격으로 평민당뿐아니라 민주·공화당등 야당들은 내부적인 노선갈등을 겪고있다. 각당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당장 대화가 재개되기는 어려울것같고 따라서 당분간 소강상태속에서 후유증과 내홍수습에 골몰하고있다.
평민당으로서는 당내 결속엔 문제가 별로 없다. 비록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30%의 확고한 지지속에 민주당을 많은 표차로 앞질러 정국을 민정대 평민 대결양상으로 압축시키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물론 호남지역표 위주의 선거전략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이같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자생의 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변죽을 울리는데 지나지 못하고 있다.
평민당이 당장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김대중총재의 입건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것이다.
22일의 김대중총재 검찰소환을 앞두고 19일 서의원에 대한 변호인단 접견에서 서의원으로부터 「허위자백」임을 받아냈지만 검찰측도 『법정에서 가리겠다』며 사법처리를 그대로 강행할 태세여서 김총재의 입장이 개선된것은 별로 없다.
평민당은 일요일인 2O일 총재단회의를 연데 이어 21일 당무·지도합동회의에서 『5공청산과 민주화만이 정국을 타개하는 진정한 안정의 길을 여는것』이라고 결론을 내림으로써 5공청산쪽으로 정국방향을 바꾸려고 시도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그 투쟁방법은 원내투쟁쪽으로 맞추고 있는것 같다.
물론 26일 부평집회를 강행함으로써 장외투쟁도 병행, 화전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여권의 내부전략을 타진해 그에따라 전략을 신축성있게 대처하겠다는 속셈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평민당은 영등포재선거패배의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원내투쟁에 당력을 집중시켜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견고하게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공안정국 탈출의 여건조성을 점진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받은충격은 훨씬 큰것같다.
모두 보수안정세력을 주장했지만 그 보수표가 모두 민정당에로 쏠리는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화당측은 당초부터 그리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김종필총재의 인기가 경인지역에서 좀 상승되고 있었다고 판단했으므로 그 추세에 기대를 건 것이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이것은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에비해 민주당은 보다 충격이 큰 것같고 그에따른 내부갈등이 노골적으로 흘러나오고있다.
라이벌인 평민당에조차 형편없이 뒤진데다 평소 지지기반이라고 자신해왔던 중산층들로부터도 「외면」당한것은 당락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민주당에 당혹과 곤경을 안겨주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당관계자들은 불투명한 당지도노선이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서슴없이 지적하고 있다.
핵심에서 배제된 당중진및 소장의원·원외지구당위원장등이 포함된 이들 반발세력들은 김영삼총재의 소위 「큰정치」에 관해서도 『감상적인 발상』이라며 강하게 의구심을 표하면서 이같은 모호한 노선이 결과적으로 당의 야당성을 실추시켜 오늘의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하고있다.
이들은 이번 선거로 민정·평민양극화 현상이 나타남으로써 민주당이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 전락하는 조짐을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총재는 지난 6월 방소직전 이원범후보를 불러 격려보다는 「신중」을 주지시켰고 주요 당직자들 역시 선거에 임박해서까지 중앙당차원의 지원이 일체 없을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
동해매수파동의 악령이 가시지 않은판에 또다시 실수가 반복될 경우 당이 재기불능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한듯 하다.
이런점에서 민주당의 「모양 갖추기」가 무언가 고도의 정치적 타협에 따른 양보의 산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동해매수사건으로 구속됐던 서석재 전총강의 신병문제등과 무관하지 않을것이라는 추측이다.
어쨌든 지역구를 서울등 비영남권에 두고있는 민주당의원들은 영등포을의 참패가 『남의일』이 아니라는 느낌을 갖고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쇼크를 받은 민주당은 뒤늦게 당직개편및 당노선의 재검토단행을 금주내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변화의 시도가 과연 환골탈태가 될지 사후약방문이 될지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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