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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원 추경안, 결국 1일 통과 약속은 못 지켰다…오늘 일본 각의 전 처리 시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비어 한산하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 추경,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 요구 결의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추경 심사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제시간 개의가 어렵다고 판단, 오후 4시에서 다시 8시로 연기했으나 이마저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비어 한산하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어 추경,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 요구 결의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추경 심사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물리적으로 제시간 개의가 어렵다고 판단, 오후 4시에서 다시 8시로 연기했으나 이마저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결국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합의 처리키로 한 시한(1일)을 넘겼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1일 본회의를 열어 7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약속했지만 추경안 감액 규모에 대한 이견으로 진통을 거듭한 끝에 허언(虛言)한 셈이 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김재원 위원장(자유한국당)과 여야 3당 간사 등은 오후 2시 예정됐던 본회의를 4시와 8시로 두 차례나 연기한 채 이날 밤늦게까지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한국당이 국채 발행 규모(3조6000억원)를 문제 삼았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적자 국채 발행 규모를 줄여달라는 요구를 받아주면 추경안이 마무리될 수 있다”며 여당을 압박했지만, 예산 감액 폭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관련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국회 예결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관련 긴급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시계 바늘이 자정을 넘기자 나 원내대표는 본회의 개의에 대비하던 한국당 의원들에게 “오늘은 귀가하시기 바란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절차 대상국)에서 제외하기로 한 터라 몇몇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결론 내기 전에 추경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잘못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여야가 2일 새벽에도 협상을 이어간 만큼 2일 중엔 처리할 가능성은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2일 오전 8시 예결위에 이어 오전 9시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부터 처리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계획대로 된다면 오전 10시 일본 각의에서 화이트국가 배제 결정을 하기 전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7조원에 달하는 이번 추경안은 지난 4월 25일 처음 제출될 당시에는 6조7000억원 규모였다. 재해ㆍ재난복구 및 예방 2조2000억원, 경기대응 및 민생지원 4조5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기재부가 일본수출규제 대응 예산 2700억원을 더하며 7조원 규모로 늘었다.

여야가 밤샘 협상 끝에 추경안을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국회에 제출된 지 100일 만이다. 역대 최장이었던 107일(2000년)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걸린 추경안이다. 이는 지난 4월 30일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법·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며 정국이 급랭한 영향이 컸다. 국회가 파행을 겪은 기간만큼 추경안도 표류했다.

이인영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 이원욱 수석부대표, 윤후덕 국회 예결위 간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인영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 이원욱 수석부대표, 윤후덕 국회 예결위 간사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같이 처리하기로 한 ‘결의안’과 ‘법안’은 추경안에 비해 순조롭게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이날 오후 1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동북아시아 역내 안정 위협 행위 중단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의 영공·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은 지난달 22일 이미 외통위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앞둔 상황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도 지난달 31일 각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141건을 심의·의결했다. 모두 추경안과 함께 처리하기로 한 법안들이다. 출퇴근 시간대 카풀을 허용하는 ‘운수사업법 개정안’, 택시 사납금을 없애고 월급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택시운송사업법’,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이 포함됐다. 배우자 출산 휴가를 현행 5일에서 10일로 늘리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간음·추행한 자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성폭력특례법 개정안' 등도 함께 처리됐다.

한영익ㆍ이우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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