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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거쳐 간 경찰야구단, 역사 속으로 “야구팬 가슴 속 영원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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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2019 경찰야구단 해단식에서 이용표 서울경찰청장과 정운찬 KBO 총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2019 경찰야구단 해단식에서 이용표 서울경찰청장과 정운찬 KBO 총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5년 창단해 퓨처스(2군)리그 8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한국 야구의 역사를 쓴 경찰야구단이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다.

30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구단주 이용표 서울경찰청장과 정운찬 총재 등 한국야구협회(KBO) 관계자, 선수단이 참석한 경찰야구단 해단식이 열렸다.

경찰야구단은 엘리트 야구인들이 군 복무 동안 야구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하고, 경찰 이미지 제고를 위해 2005년 창단됐다. 14년 동안 233명의 프로 선수들이 거쳐 갔고, 130명가량이 1군에서 활약했거나 현재 활약 중이다. 2019시즌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양의지(NC)와 2016, 2017시즌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최형우(KIA)가 경찰야구단 출신 대표 선수다. 성적도 뛰어났다. 2011년부터 퓨처스 리그에서 8회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올해는 선수 부족으로 번외경기를 치렀지만, 승률은 무려 7할을 기록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정운찬 KBO 총재는 “대한민국 야구사에 슬픈 기억으로 남을 날이 될 것”이라며 “KBO 수장으로서 경찰야구단이 적어도 2020 도쿄 올림픽까지는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역부족으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 총재는 “퓨처스리그 8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고 재능을 꽃피우지 못했던 수많은 유망주의 잠재력을 터트리도록 도와 대한민국 야구에 기둥이 되도록 했다”며 “비록 경찰야구단은 오늘을 끝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겠지만, 야구팬의 가슴 속에는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2019 경찰야구단 해단식에서 이용표 서울경찰청장과 정운찬 KBO 총재가 경찰야구단 기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2019 경찰야구단 해단식에서 이용표 서울경찰청장과 정운찬 KBO 총재가 경찰야구단 기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야구단은 14년 만에 해단하지만, 선수들이 제대해 프로야구에서 뛸 때 열렬한 팬으로 끝까지 응원하겠다”며 “밖에 나가서도 더 빛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야구단은 의무경찰제도 폐지로 인해 해단이 결정됐다. 2017년 12월 마지막 차수를 모집해 다음 달 12일 모든 선수가 동시에 전역한다. 이제 야구 선수들이 병역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상무야구단에 들어가거나 국제대회 병역 특례를 받는 길만 남는다.

2008년부터 11년간 경찰야구단을 이끈 유승안 감독은 “경찰야구단이라는 좋은 야구단의 감독을 맡아 오늘까지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선수들의 육성을 맡아 한국야구를 이끌어왔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 해산하는 슬픔과 아쉬움은 크지만 한국 야구계는 경찰야구단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 경찰야구단은 승리했습니다. 정말로 승리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3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2019 경찰야구단 해단식에서 유승안 감독과 정운찬 KBO 총재가 공로패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2019 경찰야구단 해단식에서 유승안 감독과 정운찬 KBO 총재가 공로패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야구단의 마지막 주장이 된 김태군 선수 역시 “경찰야구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내 마음속에는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군은 “주장으로 듣기 싫은 소리 많이 했는데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에 감사하다”며 “우리의 땀으로 적셨던 웨이트장, 전지훈련장, 경찰야구장 등 야구장에서 쌓았던 경험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온 힘을 다하며 때로는 힘들어했고, 때론 이겨내며 즐거워했다. 뜨겁고, 치열하고, 격렬함 속에서 퓨처스리그 8연속 우승과 최고 승률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추억했다.
그는 “모두의 노력이 담긴 결실에 저와 함께 기꺼이 땀방울을 흘려준 여러분을 기억하겠다. 14년 경찰야구단 역사 마지막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슴 깊은 곳에 새기고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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