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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군대에서 자해로 사망한 사람 가족은 병역감경 안돼”

중앙일보

입력

재해사망군인의 가족은 병역감경 대상에서 제외하는 병역법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정이 나왔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뉴스1]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뉴스1]

헌법재판소는 A씨가 가족 중 순직자가 있는 경우 병역감경 대상에서 재해사망군인의 가족을 제외하는 병역법 시행령 130조4항의 위헌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을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해사망군인 가족 병역감경 거부는 “평등권 침해”

A씨의 형은 2015년 공군 운전병으로 복무하다 우울증이 악화해 자해로 사망했다. 이에 남부보훈지청장은 A씨의 형이 “군 직무수행 및 교육훈련과 관련한 과도한 부담감 등으로 인한 우울증의 악화가 직접적 원인이 되어 자해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를 '재해사망군인'으로 결정했다. A씨는 형의 사망 이후, 자신의 병역감경을 신청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군인 이미지 [연합뉴스]

군인 이미지 [연합뉴스]

현재 병역법은 현역병 입영 대상자의 부모‧배우자 또는 형제자매 중 전사자‧순직자가 있을 경우 원하면 보충역으로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현재 복무 중인 군인은 복무기간을 6개월만 채우면 전역할 수 있다.

다만 A씨처럼 복무 중 사망했지만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전몰군경이나 순직군인이 아닌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A씨는 병역법 시행령 제130조 제4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전몰군경·순직군인’과 ‘재해사망군인’은 군인이라는 신분이나 국가에 대한 공헌도 측면에서 차이가 없고, 군인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망하였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며 “해당 조항은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전몰군경‧순직군인의 가족과 청구인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 “순직군인은 재해사망군인에 비해 국가 공헌 정도 더 커”

그러나 헌재는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비록 병역의무 이행이나 군복무 중에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것이라면, 순직군인 등의 국가공동체 존속과 유지를 위한 희생과는 동일하게 평가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순직군인이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고 보호하는 데에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만큼 재해사망군인보다 국가에 공헌한 정도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군인의 뒷모습. [중앙포토]

군인의 뒷모습. [중앙포토]

또 병역우대조치를 남발하게 되면 다른 병역의무자들에게 병역부담을 전가하게 돼 오히려 병역평등의 이념에 반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병역감경대상자를 설정하면서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병역감경이 절실하거나 시급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으로 그 범위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생계유지 어려운 건 순직군인이나 재해사망군인이나 마찬가지”

다만 이선애·이은애 재판관은 병역감경제도 자체의 도입 취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역감경제도 자체가 처음에 가족이 전사 또는 순직한 경우 남은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도입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두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가족이 사망함으로써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순직군인 등의 가족이나 재해사망군인의 가족이나 다르지 않다"며 “재해사망군인의 가족도 병역감경대상에 포함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A씨의 형이 재해사망군인으로 인정받은 건 그가 군대에 가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였음을 의미한다고 봤다.

이어 “상실감과 함께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두려움에 떠는 남은 가족에게 원래의 병역의무를 그대로 이행하게 하는 것은 그 가족에게 거듭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가혹하다”고 밝혔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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