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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에 붉은 리본 ‘의용군’ 등장…경찰 공권력에 불복종 격화

중앙일보

입력

붉은 리본을 팔에 묶은 홍콩 의용군이 27일 오후 위안랑 역사 인근에 등장했다. [사진=입장신문]

붉은 리본을 팔에 묶은 홍콩 의용군이 27일 오후 위안랑 역사 인근에 등장했다. [사진=입장신문]

붉은 리본을 매고 방어 장비로 무장한 홍콩 의용군이 27일 오후 위안랑 역사 인근에서 무전기로 통신하고 있다. [사진=홍콩01]

붉은 리본을 매고 방어 장비로 무장한 홍콩 의용군이 27일 오후 위안랑 역사 인근에서 무전기로 통신하고 있다. [사진=홍콩01]

27일 홍콩 경찰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열린 위안랑(元朗) 집회에 주최 측 추산 28만8000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경찰의 시위대 해산과정에서 벌어진 충돌로 23명이 다치고 2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합법적으로 이뤄졌던 범죄인 중국 송환에 반대하는 ‘반송중(反送中)’ 시위가 지난 21일 폭력조직이 동원된 백색테러 공격을 받으면서 공권력에 불복종하는 시위로 진화하고 있다.
이날 홍콩과 중국이 인접한 신계(新界) 지역의 위안랑역 인근 도로를 가득 메운 7·21 백색테러 규탄 집회에는 시위대 보호를 위해 조직된 200여 명의 무장 ‘의용군’이 등장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28일 보도했다. 이들은 육교 등지에서 경찰 병력을 관찰하던 ‘척후병’을 넘어 야구 배트, 등산 스틱, 쇠 구슬, 소화기, 방탄조끼로 무장하고 ‘전우’를 보호했다. 시위대가 사용하는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대화 내용에 따르면 일부 과격파는 흰옷 부대가 거주하는 단지를 공격해 보복하자고 주장했으나, 대부분의 시위대는 아파트 단지로 진입하지 않고, 분묘와 사당을 건들지 않고, 마을회관 건물을 공격하지 않는 ‘3불’ 전략에 합의했다고 성도일보가 보도했다. 비폭력 합의에도 일부는 경찰의 무력 해산과 흰옷 부대의 습격에 대비해 방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칼까지 휴대한 경우도 목격됐다.
의용군은 이날 시위가 시작되기 직전 위안랑서역 B 출구에서 방어 장비를 착용하고 집결한 사전 지원자에게 팔에 묶을 붉은 리본을 나눠주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홍콩 18개 구 전역에서 조직된 시민 200여 명으로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주로 척후병 역할을 하면서 만일 경찰의 무력 해산이나 백색 테러가 발생할 경우 주도적으로 시위대와 기자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용군에 지원한 C 씨는친 시위대 성향의 ‘입장신문’ 인터뷰에서 “결코 전투가 목적은 아니며 누군가 시위대를 공격할 경우 최후까지 남아 위안랑 행진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폭력배를 척결하지 않으니 우리가 조직을 결성해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진은 오후 3시(현지시간) 위안랑 경찰서 인근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30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경계했다. 검은 옷의 시위대는 “홍콩 경찰은 법을 알고도 법을 위반한다” “폭력 경찰”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시작했다.

27일 홍콩과 중국이 인접한 신계의 위안랑 거리를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가득 메운 채 행진하고 있다. [AFP]

27일 홍콩과 중국이 인접한 신계의 위안랑 거리를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가득 메운 채 행진하고 있다. [AFP]

오후 5시경 일부 시위대가 경찰차를 포위하는 등 상황이 엄중해지자 경찰은 경고와 함께 최루탄과 스펀지탄, 고무탄을 발사하며 진압 작전에 돌입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오후 11시경위안랑 지하철 역사 해산 과정에서 40~50여 명의 경찰이 시민을 향해 최루액을 쏘며 무차별 구타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대거 발생했다.
한편 오후 7시경에는난볜웨이(南邊圍)촌에 세워진 차량에 무기 성격의 등나무 가지와 곤봉, 일본 무사도와 중국 무장경찰 모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흥분한 시위대는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페인트로 구호를 적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시위대는 28일 오후 3시(현지시간)에 홍콩섬 센트럴의 차터 가든에서 증산 기념공원까지 행진을 예고했다. 경찰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행진을 강행한다는 예정이어서 중산공원 인근의 홍콩 주재 중국 중앙연락판공실(중련판) 인근이 철통 경비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 지난 주말 중련판의 중국 국가 휘장에 먹물을 투척한 사건이 다시 발생할지 주목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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