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양극화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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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개학을 눈앞에 두고 그 이후의 전교조 사태가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 조마조마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비단 당사자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교육은 어느 사회에서나 미래를 가꾸는 중요한 과업이다. 오늘의 교육이 잘되느냐, 못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잘 될 수도, 못 될 수도 있다. 교육은 정부당국이나 교육 담당자들의 뜻만이 아니라 전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되고 수행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우리는 개학 일이 가까워지면서 문교당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국회의 새로운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불법노조 결성을 강행해온 일부 교사들에 대해 정부가 강경 징벌로 나오게된 이유는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간에 그 같은 대응을 지지하는 공감대가 상당히 넓게 형성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문교부국의 조치들에 대해 우리가 우러를 표명하는 것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구습이 되살아나 필요 이상의 대결국면을 조성함으로써 교육계 내부는 물론 모처럼 공감대가 형성된 국민 여론과 심지어 학부형들 사이에 양극화 현상을 몰고 올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문교당국은 전교조 관련 징계교사들의 개학 후「출근투쟁」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교육계 내부의 대결양상을 불가피하게 만들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 교위의 경우 징계교사들을 교육구청이나 교육위원회로 전보발령을 내러 소속학교와 학생들로부터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또 광주의 경우 비 교조 교사와 서무직원·용원들로 구교대를 편성, 교조 교사들의 출근투쟁을 저지하고 그러고도 저지가 어려우면 공권력에 의뢰토록 교위가 각급 학교에 시달했다.
서울시 교위가 오는 9월부터 시행할 교장·교감 임용은 지금까지의 서열위주 관행을 깨고 3배수 선별임용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서울시 교위가 전교조 문제와 관련, 행정기관에 순응하는 인물로 승진 발령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는 의혹을 자아낼 것이 뻔하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서 우리는 문교당국이 결국 전교조의 뿌리뽑기를 위해 교육계 내부에 불신의 씨를 뿌리고 같은 교육자들 사이에 적대관계를 조성하는 최악의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와 같은 대응책이 의도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함은 물론 교육현장을 대결의 장으로 몰아넣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까 두렵다.
우리는 최근 전교조 측이 과거의 정치투쟁적 성격을 공개적으로 후퇴시키고 개학이후의 투쟁 방법도 원래 우려했던 것과 같은 수업 방해나 학생들과의 연계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사실에서 보다 온건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도록 문교부국에 권하고 싶다.
모든 공권력은 국민의 지지 안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만약 현재와 같은 위압적 방식과 이에 대한 전교조 교사들의 강경 반발이 학생들의 가두진출과 같은 극한적 결과로 확대된다면 전교조 교사들뿐 아니라 문교당국도 그 책임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학 이후의 충돌을 막기 위해 문교부국은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대화와 설득으로 위기를 해소하는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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