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생 처음 저축해봤다"…‘퍼주기’ 논란 속 지자체 ‘청년통장’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청년통장. [사진 경기도 청년통장 홈페이지]

경기도 청년통장. [사진 경기도 청년통장 홈페이지]

지난달 21일 ‘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 접수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마감일에 신청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일하는 청년통장은 당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근로자인 청년이 10만원씩 3년간 저축하면 도 지원금을 합쳐 3년 뒤에 1000만원을 받게 되는 이 사업은 2000명 모집에 2만여 명이 몰렸다.

'예산 낭비' '선심성 사업'이란 비판도 나오지만 청년통장은 확대 추세다. 서울시는 '희망 두배 청년통장'(월10만원 2~3년간 저축하면 저축액 100%지원금 지급)을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저소득 청년 3000명을 뽑아 지원했다.

지자체 청년통장 사업에 대해 "청년들의 자산형성과 자아존중감 확대에 기여한다"는 내용의 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24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광주 청년비상금통장의 성과와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 발표회에서다. 이 보고서는 광주시가 발주하고 장동호 남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7월~ 올해 5월 시행된 광주 청년비상금통장 사업 효과를 분석했다. 광주 청년비상금통장 사업은 만19~39세 광주 거주 저소득(월수입 60만원~167만원) 청년들이 월 10만원씩 10개월간 적금을 넣으면 시에서 100만원을 지원해 총 200만원을 돌려주는 사업이다. 20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지원자가 많아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 교수는 청년통장 사업에 참여한 청년 190명과 참여하지 않은 청년 106명을 각각 설문조사했다. 참여자들의 월평균 저축액은 36만8300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참여하기 전보다 평균 5만3900원이 증가한 금액이다.

광주시 청년통장 홍보 포스터. [사진 광주광역시 홈페이지]

광주시 청년통장 홍보 포스터. [사진 광주광역시 홈페이지]

참여자들의 총저축액도 늘었다. 광주시가 지급한 100만원을 제외하고도 평균 저축액이 459만3700→617만2600원으로 증가했다. 장 교수가 소개한 한 참여자는 "일평생 살면서 단 한 번도 저축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저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융이해력도 2.99점에서 3.59점으로 증가했다. 장 교수는 이 연구에서 '보유한 예적금, 대출상품의 이자를 알고 있다' '가계의 수입, 지출, 저축, 부채 규모를 잘 알고 있다.' '금융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저축이나 지출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안다'와 같은 항목을 제시하고 5점 척도로 답변하도록 한 뒤 그 평균을 구하는 방식으로 금융이해력을 계산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영수증을 보는 습관, 지출에 우선순위를 두는 습관을 익혔다"면서 "내 씀씀이를 제어할 수 있게 됐고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청년통장을 만든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빌린 돈을 더 잘 갚는 성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 경험자 비율 조사에서 청년통장 참여자들 중 21.6%는 '연체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같은 답을 한 비율은 43.4%였다.

청년통장 참여자들의 빚(평균 372만9600원)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796만6600원)에 비해 적었다.

장 교수는 보고서에서 "청년통장 사업이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청년들의 금융습관을 개선할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저축 동기와 습관 등 금융역량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