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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빙하기…자산가는 코코본드·비상장 유니콘 사들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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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저금리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오는 30~31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돼서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끊임없는 대외 충격과 부진한 경기 상황으로 갈 곳 없이 헤맸던 1000조원 규모 국내 부동자금에도 비상이 걸렸다.

다변화하는 고액자산가 투자전략 #증시 → 비상장 주식으로 관심 이동 #연 5~6% 수익내는 사모펀드 완판 #달러 ELS, 달러표시 미국채도 인기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 환경 속 국내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전략도 다변화하고 있다. 비상장주식과 사모펀드 투자가 빠르게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한편 안전자산을 확보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4개 시중은행(우리·KEB하나·KB국민·신한) 및 4개 대형 증권사(한국투자·미래대우·KB·삼성)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그 변화를 들어봤다.

고액자산가들이 선호하고, PB가 추천하는 상품은

고액자산가들이 선호하고, PB가 추천하는 상품은

① 유니콘 회사, 상장 전에 잡아라

고액 자산가는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변수에 얽매여 지나치게 흔들린다는 판단에서다. 류상진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최근 흐름을 보면 주식시장 직접 투자에서는 자금이 확실히 빠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를 떠난 자금은 비상장주식에 꽂혔다. 이노정 한국투자증권 삼성동PB센터장은 “요즘 고액자산가는 대형 공모펀드보다 비상장주식 투자조합 같은 사모펀드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얼마 전엔 미국 스페이스엑스(SpaceX)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소개한 적도 있다”고 했다.

백혜진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장도 “국내 바이오를 비롯한 비상장 주식투자에 고객의 관심도 커지고 상품도 많아졌다”며 “우버나 그랩, 리프트, 고잭 같은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의 비상장 주식이 한국 시장에서 거래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백 센터장은 “코스피나 코스닥 종목에 투자해 수익을 내려 했던 고객들이 최근엔 비상장 주식에서 적극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는다”며 “자금력과 정보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투자 대상 및 목표가 완전히 다른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② 대체투자 사모펀드 대세

해외 대출채권과 국내외 부동산 등을 비롯해 선박, 항공기,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유동화한 대체투자 사모펀드는 여전히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 시장의 대세다. 위험을 최소화하고 연 5~6%대 수익률을 약정하는 덕에 요즘 같은 저금리 시장에선 없어서 못 판다.

김영호 KEB하나은행 클럽1PB센터장은 “한 번에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이자나 배당 형태로 예측 가능한 수익률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사모 형태 대체투자 상품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문경훈 KB증권 목동PB센터 지점장도 “대체투자와 관련해 담보대출로 상품 구조를 짠 사모펀드가 등장한 지는 10년쯤 됐다”며 “당시엔 ‘왜 주식을 빼고 대체투자로 가나’라고 생각했던 분들도 요즘엔 이를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류상진 팀장도 “부동산이나 선박, 항공기,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사모펀드는 투자 규모도 크고 투자 기간도 길다”며 “괜찮은 컨셉의 상품 중엔 최소 가입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도 많은데 300억원 규모 상품이라도 1시간 안에 모집이 끝나버릴 만큼 인기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③ 글로벌 채권·코코본드에 몰리는 돈

저금리 환경에서 몸값이 오르는 것이 채권 상품이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국가나 미국 등 선진국 국·공채에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형 상품이 대표적이다.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에 투자해 예금금리보다 높은 약정이율을 챙기려는 수요도 많다.

신현조 우리은행 TC프리미엄잠실센터장은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평가손 부담을 덜게 된 채권형 상품이 유리하다”며 “정기예금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이머징 국가나 미국 등 국채에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형 상품을 찾는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이노정 센터장은 “은행의 코코본드는 후순위채지만 어쨌든 신용등급 트리플에이(AAA) 수준인 국내 은행채로 일반 정기예금보다 훨씬 높은 연 3~4%대 금리를 준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어느 은행이든 발행만 하면 완판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④ 뭐니뭐니해도 ‘달러’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산재한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서는 고액자산가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안전자산 중에서도 가장 안전한 건 역시 달러다.

정성진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통화 분산 차원에서라도 달러 정기예금과 달러 주가연계증권(ELS), 달러 표시 미국 국채 등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연 6%대 후반 수익률을 주는 달러 ELS는 원화 ELS(수익률 3%대)와 비교해 훨씬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 전무도 “원화 자산 또는 위험자산에 대한 헤지 용도로 달러 자산을 가져가는 고객이 많다”며 “달러 자산 중에서도 신탁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일정 기간을 묶은 상품은 최대 연 3%대 확정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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